
국내 TV업계를 괴롭혀온 '정체불명' 중국산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가 국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통로는 TV가 아닌 ‘전자칠판’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QLED 패널을 사용한 전자칠판이 국내 학교와 공공기관에 유통되고 있다.
17일 조달청에 따르면 국가 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는 현재 QLED 패널을 탑재한 ‘QLED 전자칠판(인터랙티브화이트보드)’ 제품이 총 115개가 등록돼있다. 전체 전자칠판(640개) 중 약 18%의 비중을 차지하며, 가격은 일반 액정표시장치(LCD) 전자칠판보다 약 50만~100만원 더 높게 형성돼있다.
QLED는 LCD 패널에 나노미터(㎚·1㎚=10억 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를 얇은 막 형태로 만든 퀀텀닷(QD) 필름을 부착한 프리미엄 LCD다. 백라이트의 빛을 받은 QD 소자가 입자 크기에 따라 특정 색상의 빛을 방출하는 원리를 이용해 선명한 색감을 구현한다.

QLED는 주로 TV에 쓰였지만, 최근 전자칠판 업계도 QLED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초·중·고교와 공공기관에서 수업과 회의에서 전자칠판을 주로 활용하는 만큼 차별화된 화질을 앞세운 것이다. 일선 학교에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전자칠판 보급 사업을 통해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전자칠판 업계 관계자는 “가격대가 높지만 공공 조달 시장에서 QLED 제품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자칠판에 탑재된 QLED의 정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국내 전자칠판 업체들은 중국에서 LCD 패널과 QLED 필름을 결합한 패널을 들여와 국내에서 전자칠판을 조립하는데, 국제표준인증 여부나 성분 분석 정보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달청에 등록된 한 전자칠판 기업은 “인듐·카드뮴 성분표는 공급사와의 비밀유지계약(NDA) 사항”이라며 “현재 당사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제공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전자칠판 업계는 품질 관리가 나름대로 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전자칠판디스플레이협동조합 측은 “색재현율(NTSC)이 95% 이상 나오는 제품만 QLED 전자칠판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단체표준을 마련해 검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산 QLED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령 삼성전자의 QLED TV는 한솔케미칼의 QD 필름을 적용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규정한 퀀텀닷디스플레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국제 표준 인증을 받았다. 다만 국제 표준 획득이나 인증 여부의 표시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이미 TV 업계에선 QLED를 둘러싼 논란이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중국 가전업체 TCL과 하이센스가 QD 소재를 쓰지 않은 TV를 QLED로 광고했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 한솔케미칼 역시 TCL의 일부 QLED TV 제품에서 QD 필름의 필수 성분인 인듐이나 카드뮴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소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6일 ‘진짜 QLED는 어디에?’라는 제목의 글로벌 유튜브 영상을 공개해 중국산 ‘가짜 QLED’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하량 기준 전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8.1%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위 TCL이 14.2%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QLED라는 용어가 가전 업계에서 기술적 의미보다 마케팅에 가깝게 사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퀀텀닷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면 인듐이나 카드뮴 등의 성분이 실제로 포함돼 있는지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