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인종차별주의자" 말하자, '트럼프'로 표기

아이폰에서 음성으로 읽으면 텍스트로 전환하는 받아쓰기(dictation) 기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버그(bug·오류)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일부 아이폰 사용자가 아이폰의 자동 받아쓰기 기능을 사용하여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인종차별주의자(racist)"라는 단어가 잠시 "트럼프(Trump)"로 나타났다가 금세 수정되었다.

이 메시지 영상은 틱톡의 바이럴 게시물에 등장한 후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애플의 인공지능 역량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애플 대변인은 이 문제가 두 단어 사이에 발음적 중복이 있기 때문이라며, 회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Wonderrush.ai 창립자이자 애플 시리팀에서 일한 적이 있는 존 버키에 따르면 이 문제는 애플의 서버 업데이트 이후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애플이 인공지능 제공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가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은 작으며, 단어 수정 자체가 단순히 기술적 문제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면 아이폰이 "트럼프"라는 단어를 쓰게 하는 소프트웨어 코드가 애플 시스템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심각한 장난의 냄새가 난다"며 "유일한 의문은 누군가가 이걸 데이터에 몰래 넣었을 것인지, 아니면 코드에 몰래 넣었는지 이다"고 말했다.

애플의 AI가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NYT는 짚었다. 2018년 시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체 사진을 표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문제는 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에 5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이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이후인 24일 애플은 휴스턴에 인공지능 데이터를 위한 서버 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