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고교 시절, 친구와 주먹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반 대항 축구경기에서 정해진 팀플레이를 따르지 않고 자꾸만 개인플레이를 하는 친구였다. 수비수였던 그는 공을 오랫동안 가지면서 자주 하프라인을 넘었다. 동시에 그가 맡았던 수비진영에는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경기 내내 그 친구를 나무랐다. 그 친구의 행동이 '원팀'을 해친다고 생각했다. 팀의 승리를 저버리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느껴졌다. 개인의 재미와 흥미보다 팀을 위해 참고 희생해 주길 바랐다. 그게 11명이 함께하는 축구니까, 승리가 간절했던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기대였다.
경기 종료 후 모두가 모인 곳에서도 친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친구의 플레이는 잘못됐고, 그에 대한 지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많은 친구들도 내 편을 들었다. 반면 그 친구는 본인의 축구스타일에 참견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맞섰다. 결과는 뻔했다. 치고받고. 교무실로 불려가 담임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다. 둘 다 똑같은 X이라고. 물론, 당일 저녁 서로의 손을 잡고 화해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날 축구 경기를 이겼는지 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시합이 끝나고 화가 난 채로 교실로 올라왔고, 친구와 크게 다퉜던 기억만 선명하다.
국민의힘에서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의 갈등에 대해 모르는 국민은 이제 없을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고 있다.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였던 한 대표와 김민전 최고위원의 공개 충돌은 이러한 갈등의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맞아 분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것이 사심(私心)인지 아닌지는 본인들만 아는 내용이다.
선택과 판단은 결국 국민과 당원의 몫이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당일인 '이 시점'에 당원게시판 문제를 제기하는 친윤계나, '이 시점'에 당원게시판 문제를 제기했다며 분개하는 친한계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반사이익에 기대서는 안된다"고 했던 국민의힘이 '이 시점'을 따진다는 것이 사실 우습다. 어느 오찬 간담회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김민석이 나와도, 전현희가 나와도, 김병주가 나와도 진다"는 한 여당 의원의 말이 뼈아프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그리고 손뼉을 마주치면 양손 모두 아프다. 손이 아프지 않으려면 양손을 마주치지 않으면 된다.
아니면 차라리 아파도 박수가 몸 건강에 좋다고 긍정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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