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삼연 이어 네 번째 시즌서도 마타하리 역
3월3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
2014년 그룹 마마무 리더로 가수 생활을 시작한 가수 솔라는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어엿한 중견 가수로서 압도적인 가창력과 퍼포먼스, 무대 장악력을 보였던 그는 “노래만큼은 자신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보통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에 도전하면 ‘연기’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클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솔라는 의외의 ‘벽’에 부딪힌 셈이다.
“노래 부분에 있어선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게 가장 큰 문제가 되더라고요. 워낙 핸드 마이크나, 녹음실 마이크처럼 예민한 마이크에 특화된 가수이다 보니 ‘그냥 가수 솔라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느낌’이라는 반응이었어요. 문정 감독님이 ‘마타하리가 무너지면 이 극이 무너진다’고 말씀해주셔서 그 말에 충격을 받고 발성부터 다시 코칭을 받았고, 스스로도 연구를 많이 했어요. 덕분에 이번 재연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하.”
솔라가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선 건 지난 2022년 ‘마타하리’ 삼연을 통해서였다. 평소 그를 눈여겨 본 김문정 음악감독의 안목이 솔라를 ‘마타하리’로 이끌었다. 당시엔 마타하리의 외적인 캐릭터 일치감만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해 12월 5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사연에서는 솔라의 가창력은 물론이고 무대 위의 당당하면서도 매혹적인 모습, 무대 아래에서의 순수하고 아이 같은 모습 등이 캐릭터에 오롯이 담기며 김 감독의 탁월한 안목도 증명됐다.
“책을 사서 봤는데 이 인물에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인생에 굴곡이 많아 보여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할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저의 직업과도 그리 동떨어지지 않아서 크게 공감이 됐던 것 같아요. 마타하리의 무대는 당시에 정말 센세이션했다고 하더라고요. 최초의 시도였던 셈인데, 저 역시 트렌드에 따라가기보다 이상하고 엉뚱해도 도전하길 좋아한다는 점에서 마타하리와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정 감독님도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보고 제 생각이 났다고 하신 게 아닐까 싶어요. 제안을 주시면서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
“사실 제가 봐도 삼연 때 아쉬움이 남긴 해요. 지금이 완벽하다는 건 아니고요(웃음). 지난 시즌은 정말 대사치고, 노래하고 AI처럼 해내기에 급급했다면 이번 시즌은 연기, 노래에 있어서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달까요? 감정에 따라 이렇게도 했다가, 저렇게도 했다가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시즌에 봐주시는 분들이 조금 더 좋게 평가를 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새로운 도전에 있어서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오히려 솔라는 의연했다. 극중 마타하리가 각종 음모와 배신의 중심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과도 겹쳐보인다.
“제가 멘탈이 좀 센 편이에요. 하하. 처음부터 기계처럼 잘할 수 있나요? 오히려 자극을 받았어요. 나는 내 식대로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자극들 덕분에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연기 레슨도 많이 받으면서 연기에도 흥미를 갖게 됐어요. 사실 예술은 타고난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배우면 확실히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됐어요. 그동안 가수 솔라로만 살았는데 무대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다는 것, 그 순간의 짜릿함이 느껴지더라고요. 흥미로웠어요.”
‘마타하리’를 계기로 연기에 흥미를 느낀 솔라는 지난해 공포 영화 ‘고리: 어 호러 테일’ 촬영도 마쳤다. 앞으로 가수 활동은 물론 1년에 1편 정도는 꾸준히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목표도 밝혔다.
“아직은 완벽한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가는 과정이고,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지금 ‘마타하리’로 함께 하고 있는 옥주현 언니처럼 ‘이 배우는 믿고 본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 무대를 봤을 때 별 거 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베이스는 꾸준함, 성실함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