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1시간이 지나지 않은 19일 오전 3시 30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서울서부지방법원 주변은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공격하는 집단으로 돌변하는 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들은 시위대는 정문으로 몰려가 법원 습격을 감행했다. 정문 외벽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됐고 건물 1층 정문과 민사신청과는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유리문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시위대의 발길에 짓밟혀 엉망이 된 서울지방법원 입간판만이 이곳이 사법기관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줬다.
후문 쪽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바닥에는 산산조각 난 경찰 바리케이드 파편이 나뒹굴었다. 돌팔매질에 깨진 유리창 사이로 격분한 시위대가 넘나드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시위자는 분리수거장 가건물 지붕에 올라가 둔기로 법원 건물의 안테나를 내려치기도 했다.
철장을 강제로 뜯어내고 건물 3층까지 물밀듯 진입한 시위대는 철제 관리봉, 안내판, 경광봉 등 둔기를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며 법원 내부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일부 시위대는 민감한 재판 정보 등이 보관돼 있는 건물 7층 판사실까지 올라가 기물을 파손하거나 문을 발로 차 강제로 개방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관계자는 시위대가 법원 7층 판사실까지 침입을 했느냐는 질문에 “7층 침입 사실은 (언론 보도) 영상에 의하더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기 위해 방패를 들고 접근했지만 시위대는 되레 경찰 바리케이드를 탈취해 후문 인근을 봉쇄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하늘은 경찰의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분사한 소화기 분말로 뿌옇게 서려 있었다.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의 목소리는 허공을 맴돌았다.
사상 초유의 사법부 공격 사태를 벌인 시위대들은 법관 위협도 서슴없이 저질렀다. “판사를 찾아내라”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부장판사) 어디 갔냐”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관을 위협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경찰은 1400여 명의 기동대를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경찰 기동대는 정문을 먼저 봉쇄한 뒤 후문으로 가 몰려 있는 시위대를 조금씩 밀어내고 저지선 구축에 성공했다. 경찰은 건물 내부로 침입한 100명 이상의 시위대 중 일부 인원을 끌어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현장이 안정을 찾은 것은 폭동 발생 3시간 30여 분 만인 오전 6시 30분께였다.
이날 아침 어둠이 걷히고 드러난 서부지법의 모습은 더욱 참담했다. 정문 앞 바리케이드는 힘없이 무너져 있었고 정문 옆으로 길게 늘어선 화환도 온전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생기를 잃은 꽃잎들은 화환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외에도 고깔 부분은 온데간데없고 밑동만 남아 있는 주차금지대, 수차례 짓밟혀 까맣게 오염된 카펫, 일회용 방석 등 각종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법원 난입 이전인 전날 오후 8시께 심문에 참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등의 인원이 탑승한 차량 두 대가 공덕역 인근에서 시위대의 저지에 막히기도 했다. 시위대는 도구를 이용해 타이어를 찢고 창문을 깨는 등 차량을 훼손했다. 공수처 검사 등도 시위대의 위협을 받았으며 이를 말리러 온 경찰 또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후 6시 8분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철문을 흔들고 담장을 넘어 법원에 침입했다. 경찰은 월담한 남녀 22명을 공무집행방해와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8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에 분산시켰다. 18일에는 경찰이나 공수처 관계자 등을 폭행하거나 서부지법을 월담해 침입한 혐의를 받는 40명이 연행됐다. 이튿날에는 영장 발부에 격분해 경찰을 폭행하거나 법원 내부로 침입해 각종 기물을 파손한 혐의를 받는 46명이 체포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에게 건조물침입·공용물파괴·공무집행방해 등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손괴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인 ‘소요죄’가 적용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