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공기’가 아니라 구름이 더 큰 에너지 불균형 요인

2025-12-28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구가 우주로 내보내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이른바 ‘지구 에너지 불균형(Earth’s energy imbalance)’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불균형 확대가 대기오염(에어로졸) 변화 때문이 아니라 구름과 관련된 복사 변화에서 더 크게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마이애미대 로젠스티엘 해양·대기·지구과학대학 연구진은 위성 관측과 현대 대기 재분석 자료를 결합해 지난 약 20년간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에어로졸 변화가 지구 전체 에너지 불균형 추세에 미치는 순효과는 매우 미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지구 에너지 불균형 추세에 대한 에어로졸의 미미한 기여’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에어로졸은 대기오염, 산불 연기, 화산 분출 등으로 생기는 미세 입자로, 구름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태양빛 반사량에 영향을 준다. 구름이 더 ‘밝아지면’(반사율 증가) 태양빛을 우주로 더 돌려보내 지표 가열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반대로 반사에 기여하는 입자가 줄면 지표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가 늘어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효과가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북반구에서는 산업화 지역의 공기가 상대적으로 ‘깨끗해지면서’ 구름이 햇빛을 반사하는 데 기여하는 입자 수가 줄어들어 태양에너지가 지표로 더 많이 도달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반면 남반구에서는 2019~2020년 호주 산불, 2022년 헝가 통가 분화 같은 사건의 영향으로 자연 기원 에어로졸이 크게 늘며 구름을 더 밝고 반사적으로 만들어 더 많은 햇빛을 우주로 되돌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반구형 균형’이 성립하면서, 지구 전체로 보면 에어로졸 변화가 최근 에너지 불균형 증가를 설명하는 주된 요인이 되기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연구진은 특히 최근 불균형 확대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열(장파복사)의 변화보다 ‘반사되는 햇빛’의 변화에 더 크게 기인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지구는 10년마다 면적 1㎡당 약 0.5W씩 더 많은 에너지를 순획득했는데, 이는 주로 지구가 더 많은 태양빛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에어로졸 변화를 추적하는 데 서로 다른 두 지표를 사용했다. 하나는 위성 관측을 통해 에어로졸이 햇빛의 대기 통과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살피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관측과 모델을 결합한 재분석 자료로 오염·화산·산불 등에서 유래한 황산염 입자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접근법은 달랐지만 두 지표 모두 북반구 감소·남반구 증가라는 동일한 패턴을 가리켰고, 이는 에어로졸이 전 지구적 에너지 추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해석을 뒷받침했다.

수석 저자인 박찬영(로젠스티엘 대기과학 박사과정)은 “반구별로 서로 상쇄되는 ‘균형 행위’를 이해하는 것은 최근의 온난화를 단순히 ‘깨끗한 공기 탓’으로 돌리기보다, 지표 온난화와 자연 기후 변동성과 맞물린 구름 거동 변화라는 핵심 요인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반구는 에어로졸 감소로 일부 지역적 온난화를 겪을 수 있지만, 전 지구적 영향은 크지 않다”며 “이는 기후 계획과 대중 소통, 정책 판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공동 저자인 브라이언 소든 로젠스티엘 대기과학과 교수도 “지구 에너지 불균형은 기후 시스템에 열이 얼마나 빠르게 축적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라며 “초기 연구 중 일부는 ‘깨끗한 공기’가 최근 증가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봤지만, 이번 결과는 북·남반구 에어로졸 변화가 대부분 상쇄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구가 계속 열을 얻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구름의 변화와 자연 기후 변동성을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일부 기후 모델링 연구의 한계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북반구의 오염 감소에 초점을 맞춘 분석은 남반구에서 커지고 있는 자연 에어로졸 사건의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 있어, 향후에는 반구 간 비대칭과 극단 사건을 포함한 구름-복사 메커니즘을 더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