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서 자취 감춘 '정치이야기'”

2024-09-18

가족의 형태와 가풍 달라지면서 생긴 현상

대가족 단위 모이지 않고 명절도 개인주의

정치적 관점 설득되지 않는 현재 시대 반영

불필요한 분란 우려 명절 정치 관련 대화 자제

매년 명절마다 반복되던 추석 밥상 정치 이야기가 올해부터 크게 줄어든 분위기다. 매일같이 싸우는 이전투구식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모양새다.

18일 여야정치권은 추석 밥상 민심과 관련해 서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가족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불필요한 정치 이야기는 자제하자는 게 일반적인 명절의 모습이 된 것이다.

명절 연휴는 정치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이기도 한데, 온 가족과 친·인척이 한곳에 모인 식사 자리에서 어떤 평판을 받느냐에 따라 자신의 지지세가 확산하거나 쪼그라들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명절 때만 되면 차례와 성묘 전후 대가족이 모여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정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서로 오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혹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있더라도 집안의 어른이나 지식인의 말에 지지하는 정당을 바꾸는 경우도 상당했다. 이로써 지지율이 변화가 이어진다는 것이 정치권의 인식하는 명절 민심 밥상의 실체다. 다른 사람의 말은 믿지 않더라도 부모 자녀관계에서는 충분히 정치적 인식이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도 명절 밥상 민심을 지탱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민족 전통의 추석 명절이 과거 풍요와 효(孝)를 상징했다면, 최근에는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로서 명절 연휴가 여겨지면서 추석 밥상 민심도 옛말이 될 처지에 놓였다.

여전히 차례와 성묘를 지내는 가정이 많지만, 과거 5~6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농경사회 때와는 달리 1~2명의 자녀만 있는 가정의 직계 가족 단위로만 함께하면서 과거의 대가족 풍습은 사라진 지 오래기 때문이다.

또 차례나 성묘를 미리 지내거나 아예 지내지 않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례도 적지 않아졌다. 1인 가구라면 자신의 개인 사정을 이유로 고향을 찾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암울한 정치 이야기로 가족 간의 분쟁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가족의 형태가 유교적 관점인 가장 중심의 수직적 문화에서 매우 빠르게 수평적 문화로 바뀌었다는 점도 명절 연휴 정치 이야기를 사라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전주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난 70대 남성 A씨는 “옛날 제가 젊었을 땐 어른들의 정치 평론이 가족들에게 진리처럼 다가와 투표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며 “지금은 오랜 시간 서울 생활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자식들에게 괜히 내 생각을 표출해봤자 거리만 멀어질 것 같아서 일부러 즐거운 대화 주제만 꺼낸다”고 말했다.

40대 여성B씨는 “길게 봐야 하루 보는 가족들끼리 부정적인 비판으로 귀결되는 정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며 “정치적 관점이나 신념이 설득되지 않는 게 요즘 세대”라고 강조했다.

50대 남성C씨는 “요즘은 누구나 가족이 아니더라도 SNS나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시대”라며 “명절에 가족들 만나기도 힘든 상황에서 깊은 정치 이야기는 자제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이번 추석 명절에는 실생활도 밀접한 ‘의료대란’에 대한 염려는 곳곳에서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명절 밥상 민심과 관련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생에 매진하라는 명령이 추석 민심"이라면서 “(국민들이 하나같이)국회가 소모적 정쟁을 멈추고 먹고 사는 문제에 매진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 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10명 전원이 민주당 소속인 전북정치권은 당의 입장과 완전히 궤를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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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야기 #추석

김윤정 kking152@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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