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30주년 공연으로 돌아왔다. 가족의 의미를 다룬 ‘사랑은 비를 타고’는 시대를 초월해 관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은 한국 대표 창작 뮤지컬 중 하나다. 한국 공연계를 이끌고 있는 여러 뮤지컬 스타들이 거쳐 가며 ‘뮤지컬계 인큐베이터’로도 불린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30주년 공연의 막을 올렸다. 이 작품은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맏형 ‘동욱’과 가출 후 7년 만에 돌아온 동현, 그리고 우연히 이들을 찾은 웨딩 이벤트 직원 미리가 빚어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1995년 초연한 이 작품은 이듬해인 1996년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남우주연상, 작곡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일본 극단 ‘도호’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일본 무대에 오르며 정식 수출된 첫 한국 창작 뮤지컬이 됐다.
노우성 연출은 “한국에 창작 뮤지컬이 많지만 30년간 관객에 계속 울림을 전해준 공연은 많지 않았다”라며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공연계 전체에 축하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이 작품의 의의를 짚었다. 그는 “그간 작품에 참여했던 많은 아티스트와 지켜본 관객의 마음을 연출로서 안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라며 “2025년도 관객에게 그동안의 시간을 조심스럽게 전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 초연은 남경주, 남경읍과 최정원이 연기했다. 이후 엄기준, 신성록, 김소현, 오나라, 오만석, 박은태, 카이, 윤공주 등의 연기자들이 이 작품을 거쳐 갔다.

이번 30주년 공연에서 형 ‘동욱’역은 김형묵, 송용진, 최대철 배우가 맡았다. 김형묵은 “30년 전과 지금 가족 관계가 많이 달라 요즘 시대 관객을 어떻게 설득시킬지 고민이 많았다”라며 “막상 해보니 30년 동안 사랑 받은 이유가 있더라. 보편적인 공감대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동생 ‘동현’은 데니안(GOD), 후이(펜타곤), 김재환(OMEGA X), 조환지, 종형(DKZ)이 연기한다. 후이는 “너무 잘하고 싶고, 이 작품을 통해 한 단계 올라갈 기회가 될 것 같다”며 “‘동현’처럼 하기 위해 평소와 달리 일부러 청소도 안 하고, 머리를 안 감고 연습에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웨딩 이벤트 업체 직원 ‘미리’ 역에는 배우 박가은, 안현아가 캐스팅됐다.
작품의 배경은 초연 당시인 1995년으로 설정됐다. ‘동욱’의 집은 이전보다 크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소품은 1991년부터 1995년까지의 당시 월간지 ‘객석’, 비디오테이프로 채웠다.
제작진은 초연 때와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으로 형제 간 피아노 합주 장면을 꼽았다. 노 연출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 사람의 꿈”이라며 “그들의 꿈인 피아니스트를 작품에서 소중하게 다루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초연에선 합주 장면이 3분 내외였는데 30주년 공연에선 6분 가량으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J.ACO는 당초 30주년 공연의 음악을 ‘갈아엎는’ 수준으로 바꾸고자 했다가 이내 ‘오리지널리티’를 지키기로 마음을 고쳤다고 전했다. 그는 “마치 30년 만에 돌아온 고향이 재개발돼 없어졌을 때의 느낌이 들것 같더라. 이게 맞는 편곡일지 의구심이 들었다”라며 “원곡의 정수를 유지하면서 현대적 사운드를 보강해 배우의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 30주년 공연은 오는 7월 13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