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안경이 읽어주고, 얼굴로 결제했다…코리아핀테크위크가 그린 미래

2025-11-26

눈으로 보고 있던 금융 설명서를 인공지능(AI)이 대신 읽어주기 시작했다.

하나금융그룹은 26일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핀테크위크 2025'에서 AI글래스를 선보였다.

안경 왼쪽 윗편에는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조절 장치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시력과 초점을 조절하는 기능이 담겼다. 금융상품 설명서가 시야에 들어오자, 안경테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AI글래스로 보고 있는 금융상품 설명서를 AI가 읽어준다. 작은 글씨의 약관을 일일이 눈으로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고령층이나 취약계층 등 금융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를 돕는다.

언어 장벽도 낮췄다. AI글래스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태국어·베트남어·파키스탄어 등 6개 언어를 지원한다. 번역된 내용도 음성으로 전달한다. 하나금융그룹은 일부 영업점에 AI글래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코리아핀테크위크에서는 결제 방식의 변화도 볼 수 있었다. 네이버페이와 토스는 얼굴결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방문객들은 실제 매장에서 결제하듯이 단말기에서 얼굴 인증만으로 결제를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카드를 낼 필요가 없다.

네이버페이 커넥트는 네이버 앱에서 받은 쿠폰도 조회할 수 있고, 결제 이후에는 키워드 리뷰도 작성할 수 있다. 커넥트에서 네이버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뱅크샐러드는 AI 에이전트인 '토핑+'를 선보였다. 이용자가 해결하고 싶은 금융 문제를 입력하면, 단순한 정보 안내를 넘어 실행까지 대신 수행하는 자율주행형 AI다. 보험, 소비, 소상공인 영역으로 서비스 시연이 진행됐다. 보험 분야에서는 보유 보험의 약관과 보장 내역을 AI가 분석해 보험금 청구 가능 항목을 찾아주고, 서류 제출까지 자동화했다. 소비 영역에서는 적용 가능한 쿠폰과 카드 혜택을 모두 반영해 플랫폼별 최저가를 찾아주고, 개인 데이터 기반으로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소상공인 AI 에이전트 시연에서는 매출과 대출 데이터를 분석해 신용점수를 개선하고, 금리인하요구권 행사와 대환대출까지 대신 수행하는 모습이 공개돼 현장 반응을 끌어냈다. 뱅크샐러드는 현재 실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생성형 AI 서비스 '페이아이'로 건강과 결제 혜택을 개인화하는 경험을 선보였다. 'AI로 내 건강 관리하기'는 건강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보험 분석을 제공하고, 보험 마이데이터 연동 시 상담까지 연결한다. 베타 서비스 중인 'AI로 나만의 혜택 찾기'는 결제 데이터와 보유 카드 혜택을 종합해 최적의 결제 수단을 알려준다. 카카오페이는 결제·금융 전반에 페이아이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증권 분야에서도 AI는 내부 업무를 넘어 대고객 서비스 확장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KB증권은 내부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캐비 AI'를 내년 대고객 서비스로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캐비AI는 주식, 금융상품, 지수, 환율, 뉴스, 공시, 리서치 등 증권사가 보유한 방대한 내부 데이터로 정보를 제공한다. 매일 아침 전일 시장 이슈와 주요 섹터 동향을 자동으로 정리하거나 종목별 이슈와 변동 요인 질의도 가능하다.

금융 AI는 더 이상 설명을 제공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안경처럼 착용하고, 비서처럼 실행하며, 이용자 대신 선택을 돕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었다. 금융의 미래는 'AI를 쓰는 금융'이 아니라, 'AI가 일하는 금융'이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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