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찾아가는 한복상점 홍보관’이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2025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우리 생활에서 한복을 일상화하고 한복과 소비자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한복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을 비롯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교흥 민주당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임오경 민주당 의원,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한복을 사랑하는 의원 모임’ 공동대표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 등이 한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맨날 싸운다’는 지적도 받던 국회가 오랜만에 ‘한복’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날 역시 한복 차림으로 등장한 최 장관은 축사를 통해 “K팝 무대와 파리·런던의 글로벌 패션쇼,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이르기까지 한복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제 한복은 K패션의 언어로 세계와 소통한다”며 “가장 한국적인 우리 한복이 상기시킨 전통에 대한 자부심은 곧 세계인으로서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체부는 한복 세계화의 흐름을 읽고 선도하며 우리 고유의 것을 세계화하는 활동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제작, 유통과 교육, 해외 진출 등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임오경 의원이 발의한 ‘한복문화산업 진흥법’ 제정을 위한 서명행사도 진행됐다. 임 의원은“‘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에 알려진 것처럼 한복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현장 관계자분들이 지치지 않도록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소재 경복궁도 한복의 물결로 넘실거렸다. 다만 경복궁 등 궁궐에서 최근 보이는 많은 한복들은 다소 이상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한복 같기는 한데 점점 퓨전한복으로 가고 있고 때로는 아예 국적불명이라는 불만이다.
이들은 대부분 궁궐 인근의 사설 한복대여점에서 빌린 것이다. 저렴하게 만들어야 하고 또 서양인들에게 익숙한 식으로, 때로는 활동시 훼손을 줄인다는 이유로 전통한복에서 벗어난 형태가 많다. 금박으로 자수를 놓는 것은 기본이고 유럽식 드레스처럼 속을 풍성하게 부풀린 것도 있다.
일단 궁궐이 한복 착용자에 대해 무료 입장 방침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한복이면 입장료를 아낄 수 있다. 여기에 ‘한복 입고 궁궐 나들이’가 흥미로운 이벤트가 되고 이것이 외국인들까지 확산되면서 최근 궁궐에서 한복 착용자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다만 이러한 풍조가 외국인이나 우리 국민 가운데 새로운 세대에게 한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복궁 등 궁궐을 직접 관할하는 국가유산청도 퓨전한복, 짝퉁한복 범람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궁궐 무료 관람 때문에 한복이 이상해졌다는 비판이 많다.) 우리 한복이 무엇인가는 모두 알지만, 세부적으로 따져서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있어야 하고 무엇은 안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짝퉁한복이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아직 침투하지 않은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정도다.

이제 한복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도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중국 측 행사 공연자가 한복을 입고 등장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이 이른바 ‘중화민족’의 일부이니 이들 조선족이 입는 옷(한복)도 중화민족 복장이라는 중국(중화인민공화국) 측의 억지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의 전통의상 ‘한푸(漢服)’와의 교란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여기 나오는 한복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어떻게 활용될 지는 또 두고 봐야 한다.
우리의 한복은 전통적인 한국인의 옷을 뜻하지만 대략 17~18세기에 정착된 형태를 원형으로 다루고 있다. 이후 다시 백여 년을 지나면서 시대 상황에 맞게 변용돼 왔다. 한복에 대한 보존과 관리와 함께 미래 한복의 형태나 가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한 이유다.
덧붙여 우리나라나 유럽, 일본 등 모두 근대화가 되기 직전인 17~18세기 문화를 ‘전통문화’의 기본으로 인식하지만 중국은 근대화되기 직전 시기 만주인들에 정복 당해(청나라) 만주족 문화과 한족 문화가 섞였기 때문에 실제 중국문화(자신들은 ‘중국우수문화’라고 한다)의 원형을 더 이른 시기의 당나라나 송나라에서 찾기도 한다. 현재 선전되는 중국 전통문화가 때로는 이상하게 보이는 주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