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군병력 투입, 오히려 폭력 조장” “헌법은 이민자도 보호”

2025-06-10

“폭력을 조장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다. 그가 군 병력을 투입하기 전까지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미등록 이주자 단속에 항의하며 시작된 집회가 닷새째를 맞은 10일(현지시간) 오후. LA 다운타운의 메트로폴리탄 구금 센터를 마주보고 있는 연방 건물 앞에 모여든 시위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군대 동원 결정을 비판했다.

서점 직원으로 일하는 콜린(30)은 “뉴스를 보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 폭력은 경찰이 먼저 저질렀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위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콜린은 “트럼프가 평화적인 시위대를 상대로 폭력을 사용할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방위군 동원 시 주지사의 요청이나 사전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법률 규정을 우회해 2000명의 주방위군을 사실상 시위 진압 목적으로 투입했다. 이어 전날에는 연방 인력과 자산 보호를 명목으로 해병대 1개 대대 소속 700명도 파견했다.

2011년 해병대에서 전역한 엔리코 그린(47)은 “해병대 출신으로서 전투 요원을 이 곳에 투입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린은 “여기는 미국과 미국이 싸우는 전쟁터가 아니다”면서 “민주주의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방식인 시위 현장이고, 트럼프의 정책이 인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고 말했다.

이날 LA에 도착한 해병대 병력은 아직 시위 현장에 배치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도 공권력 투입을 지속할 것이며 LA 시위를 ‘외적에 의한 침공으로 규정’하고 나서면서 긴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체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설정된 다운타운의 연방 건물과 시청 청사 주변은 주방위군과 경찰 병력이 에워싸면서 긴장감을 자아냈다. 낮시간대에는 소규모 집회가 열린 만큼 시위대와 군·경이 직접 대치하지는 않았지만, 순찰 차량이 일대를 계속 돌며 시위 참가자들에게 도로 아래로 내려오지 말 것을 계속해서 경고했다. 건물 외벽과 도보 위 등에는 이주자 추방·체포 작전을 주도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을 겨냥하는 욕설이 섞인 낙서(그래피티)가 쉽게 눈에 띄었다. 오후 늦게부터는 건물 상공 위에 여러 대의 헬리콥터가 낮게 날면서 경계가 삼엄해졌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ICE의 이민 단속이 “이민자 커뮤니티 전체를 겁에 질리게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LA 교외의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코트니(16)와 그웬(15)은 ‘트럼프와 ICE, 권위주의를 끝장내자’는 문구를 적어 만든 푯말을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ICE가 피부색이 갈색이라는 이유만으로 체류 자격이 합법이어도 범죄 기록이 없어도 잡아가면서 이민자 커뮤니티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한 마디로 백인 우월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 명의 자녀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캐런(35)은 ‘ICE 아웃’ 구호를 함께 외치면서 “엄마로서 부모가 추방되면서 아이들이 혼자 남겨지거나 구금 시설에 갇히는 일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이 미국의 이민국가 정체성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멕시코 출신 부모를 둔 대학생 케이시는 “트럼프는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낙인찍지만 실제로 그들은 우리의 인프라를 만들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며 “지금은 불법 이민자가 표적이지만 언젠가는 나같은 멕시코계 이민자, 그 다음에는 모든 외국인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40년 전 멕시코에서 이민 온 테레사(56)도 “트럼프의 이민자 배척이 오히려 미국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라며 “미국 헌법은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청 앞에서 만난 한국계 미국인 샤인(33)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주니어가 한인 폭동 당시 자경단 사진을 소환해 강경 진압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우리가 정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을 혼란으로 연결시키려는 의도로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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