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마야콥스키 대표 시선집 '바이올린과 약간의 신경과민'

2024-10-14

시라는 예술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 혁명의 시인

언어를 혁신하고 세계를 바꾼 미래주의의 기수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20세기초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미래주의를 이끌었던 혁신적 시를 선보여 러시아 현대 문예사를 장식한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의 시선집 '바이올린과 약간의 신경과민'(민음사)이 나왔다. 명실상부한 '혁명 시인'이자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하나인 마야콥스키의 창작 세계를 변화 시기에 따라 4부로 나눠서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정수를 뽑아 고루 담았다.

또한 저자의 창작 세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역자 조규연 단국대학교 교수가 마야콥스키의 시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시기별 대표 시를 엄선했다. 후기작을 다룬 3, 4부에는 국내 초역인 시도 다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시선집이다. 정치와 예술의 통합이라는 어려운 길을 추구하면서도 예술가로서의 영혼을 잃지 않고자 했던 마야콥스키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고군분투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 할 수 있다.

마야콥스키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그가 시인이기 이전에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은 화가였으며, 그의 삶과 창작에서 시와 회화는 별개의 장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빛과 색채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회화적 인식은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그에게 회화는 창작의 주된 주제이자 형식이었다. 미술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만들어 낸 새로운 언어와 이미지는 지면에 국한되지 않는 방향의 예술로 뻗어나간다.

1917년 소비에트 혁명은 시인에게 세계의 혁신을 의미했다. 혁명 이후 창작을 포기하거나 도피를 선택했던 이들과는 달리, 마야콥스키는 정치와 예술을 통합한 혁신을 실천하고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선전 선동 시와 국영 기업의 광고 포스터 작업을 하는 등 큰 변화를 감내한다. 게다가 그는 명석함과 자유분방함을 타고난 궁핍한 십대 소년으로서 일찍이 자연스레 마르크스주의 혁명에 끌렸으며 사회주의 사상 선전 활동으로 인해 성년이 되기 전 이미 세 차례의 수감 생활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마야콥스키의 이력은 사후 그를 '혁명 시인'으로 만드는 매력적인 재료가 되었다. 소비에트 비평의 틀에 박힌 서사 속에서 시인은 영웅이 되었으나, 이는 동료 시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말처럼 '제2의 죽음', 즉 시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니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당했을 뿐이다. 그러나 1917년 이전의 소위 미래주의 시기와 비교하여 지금까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이 시기의 작품에 대해, 예술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그저 폄훼하고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것 또한 온당한 평가는 아니다.

믿고자 했던 정치 혁명에 의해 예술 혁명이 폐기되고, 더 이상 '목청을 다하여' 노래할 수 없는 시대의 암흑을 마주한 마야콥스키는 1930년 4월 14일 서른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권총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그의 창작은 내용과 형식, 인간과 시인, 삶과 예술, 나아가 정치와 예술 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발전했다. 그의 죽음은 혁명 이후 '12년간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던 동시대 시인 마리나 츠베타예바는 또한 그가 "시인으로 죽었다"라고 말했다. 값 1만7천원.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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