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좌'는 가뿐···은행, 콜라보 통장으로 '비용·마케팅' 동시 조준

2025-09-15

은행권이 '콜라보 통장'으로 비용 절감과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비판이 거세지고 순이자마진(NIM)이 하락세에 들어선 상황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수십만명 단위로 묶어두면서 동시에 낮은 조달 비용으로 예금을 흡수하는 수단으로 콜라보 통장이 각광 받는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현재까지 은행권이 출시한 콜라보 통장 규모는 100만좌를 훌쩍 넘었다. 이 중 50만좌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이 올해 4월 선보인 모니모KB매일이자 통장(삼성금융네트웍스 협업, 22.5만좌 한정)과 별별통장(스타벅스 협업, 20만좌)는 각각 5월과 7월 완판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나은행이 3월 당근마켓과 협업해 내놓은 당근머니 하나통장(57만좌 한정) 역시 9월 현재 상당수를 계좌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 6월 이후 우리은행과 CJ올리브네트웍스가 출시한 CJ페이우리통장(10.5만좌 한정)과 7월 NH농협은행이 컬리와 합작해 내놓은 NH퍼플통장(컬리, 판매 한도 좌수 비공개)도 콜라보 통장 시너지를 더하고 있다.

연말부터 신규 라인업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콜라보 통장 전성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GS페이통장(KB국민은행-GS리테일), 무신사페이통장(케이뱅크-무신사), 네이버페이마이비즈통장(네이버페이-신한은행) 등 굵직한 플랫폼과 은행권 협업 상품이 잇따라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KB국민은행이 '모니모KB매일이자 통장' 2차 출시를 추진하는 등 당분간 열기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콜라보 통장은 은행 예금 상품에 외부 플랫폼 서비스를 결합한 금융상품이다. 특정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계좌 개설 시 포인트 적립, 결제 할인, 멤버십 혜택 등 차별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예금 통장이 이자 수익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콜라보 통장은 '금융+생활 편의'를 동시에 겨냥한다. 유통·플랫폼 기업과 협업이 활발한 이유다.

은행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수십만 좌 단위 신규 계좌 확보가 가능하다. 이는 곧 수조원 규모 예금 유입으로 이어져 저원가성 자금 기반을 보강할 수 있다.

중장기로는 플랫폼 고객을 은행 생태계로 유입시키는 효과가 크다. 신규 고객을 기반으로 한 교차판매가 가능해지고, 장기적으로 비이자 수익원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콜라보 통장 시초격인 네이버페이하나머니통장으로 예수금 확보에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2022년 첫 출시 후 50만좌를 완판한데 이어 2023년 4분기부터 현재까지 100만좌를 추가 판매 중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하나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83조23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조6313억원에서 4조5994억원(5.9%) 늘어났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콜라보 통장은 △저원가성 예금 조달 △디지털 전환 가속화 △MZ세대 등 신규 고객층 확대 △플랫폼 기반 마케팅 시너지 확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면서 “대형 파트너와 시의적절한 기획이 합쳐지면 비용 대비 효과가 확실한 만큼 앞으로 대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