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일easy] '짱츠' 오명에도 中 자율주행 센서 택한 삼각별… 왜?

2025-03-12

벤츠, 中 라이다 기술 업체 '허사이'와 자율주행차 개발

中 한정 아닌 글로벌 시장 보급 목표… 유럽 브랜드 최초

저렴한데 대량공급 가능… '가성비' 자율주행 시장 열릴까?

산업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혹은 필연적으로 등장한 이슈의 전후사정을 살펴봅니다. 특정 산업 분야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나 소액주주, 혹은 산업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 데일리안 산업부 기자들이 대신 공부해 쉽게 풀어드립니다.

#포지티브적 해석: 고급 기술 늘리고, 가격 인상은 최소화

#네거티브적 해석: 전기차 이어 자율주행도 중국이 장악?

삼각별. 굳이 줄줄이 설명하지 않아도 전세계인들이 로고만 보고 곧바로 알아맞힐 수 있는 브랜드죠. 오늘 얘기는 바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주인공입니다. 럭셔리 브랜드로서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최근 중국의 차량용 라이다(LiDAR) 센서 기술 개발 스타트업인 '허사이'와 자율주행차 개발 소식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소식이 특히 주목되는 건 벤츠가 허사이와 만들겠다는 자율주행차의 무대가 '글로벌'이라는 점입니다. 로이터는 유럽 제조사들 중 전세계에 판매하는 제품에 중국 공급업체를 선정한 건 벤츠가 처음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중국 업체의 부품과 기술을 공급받아 중국에 판매한 적은 있어도, 주무대를 글로벌 시장으로 잡은 건 이례적이란 겁니다.

중국이 등장해 '벤츠가 또?' 라고 생각하셨나요. 벤츠와 중국의 관계가 긴밀한 건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중국은 벤츠 전세계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고, 벤츠의 최대 주주와 2대 주주도 중국 기업으로 이뤄져 있으니까요. '중국 소비자 눈치를 봤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하는 게 대체 '중국'인지, '벤츠'인지, '자율주행'인지 가려낼 필요가 있으니까요. '라이다'라는 센서가 대체 무엇인지, 벤츠가 이 센서를 '중국'에서 공급 받기로 한 게 왜 뉴스가 되는지, 이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엔 어떤 영향을 줄 지 고민해보죠.

그러려면 우선 허사이라는 업체에 대해 짚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허사이는 말씀드린 것 처럼 라이다 센서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중국의 스타트업인데요. 라이다는 발사된 레이저가 사물에 반사돼서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과의 거리를 재는 센서로, 자율주행차의 '핵심 장치'로 꼽힙니다. 자율주행까지 가지 않아도 요즘 신차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반자율주행 기술에도 쓰이고 있죠.

라이다 센서가 중요한 건 자율주행을 위한 감지 기술 중에 가장 상위에 있어섭니다. 우리가 현재 자동차에서 쓰는 반자율주행 기술은 기본적으로 저렴한 축에 속하는 카메라와 레이더(Radar) 센서가 주로 쓰이는데요. 기상조건과 빛에 취약하고, 거리 인식이 안되는 카메라의 단점을 레이더가 보완해주는 방식입니다. 레이더는 전자기파가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카메라가 못하는 거리인식을 할 수 있죠.

다만 레이더도 한계는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파를 사용하는 원리라 해상도가 떨어진단 점이죠. 이런 단점을 모두 보완해줄 수 있는 상위 센서가 바로 라이다입니다. 라이다는 전파가 아닌 빛을 이용하고, 고해상도의 3D 맵을 구현할 수 있거든요. 덕분에 복잡한 시내에서도 사람, 장애물, 도로표지판 등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3D로 고해상도의 물체 인식을 해내고, 거리 측정까지 다 되는 만능 장비인거죠.

그래서 가격도 가장 비싼데요. 고급 제품인 만큼 웬만한 대중 브랜드의 반자율 주행 기술엔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가 탑재되고, 라이다는 비싼 수입차에만 탑재돼왔습니다. '카메라, 레이더에 라이다까지 탑재했다'는 게 현 시점에선 가장 수준 높은 반자율주행 기술을 나타내는 상징이 된 거죠. 반대로 말하면, 자율주행 가격대를 높이는 주범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벤츠가 허사이를 선택한 이유, 이쯤 되니 예상이 되시죠? 허사이는 고가 장비로 치부되던 라이다 센서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업체입니다. 5년 전 수천 달러 수준이었던 라이다 센서 가격을 개당 200달러 수준으로 낮췄다고 알려졌는데요.

작년엔 라이다 제조업체 최초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싸게 팔되, 최대한 많은 양을 공급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방법을 택한 겁니다. 프랑스의 시장조사업체 Yole Group에 따르면 허사이의 시장 점유율은 전세계에서 무려 37% 수준이라고 하죠.

물론 벤츠가 허사이를 자율주행차 파트너로 선정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대한 견제가 더욱 강력해지고, 무역갈등이 치열해진 상황이니까요.

미국은 테슬라, GM, 구글 등 자율주행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주요 업체들이 대거 포진한 최대 시장이기도 한데요. 당장 자율주행 기술이나,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고 싶어도 미국 시장에서 선보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벤츠 역시도 이번 결정을 오랫동안 고심했다고 전해지네요.

벤츠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내하고서라도 자율주행에 조금 더 빠르게 접근하는 방향을 택한 것 같습니다. 자율주행차 시장 접근을 막던 높은 부품 비용을 절감하면, 또 다른 신기술에 대한 투자 늘릴 수 있고, 향후엔 고급 기술로만 치부됐던 라이다를 중저가 차량에도 넣을 수 있게 될테니까요. 어쨌든 소비자의 입장에선 비싼차를 사야만 완벽한 수준으로 구현되던 기술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는 것이니 오히려 좋은 셈입니다.

자율주행 차가 가성비 높은 부품들로 채워지면 미지의 영역처럼 여겨졌던 완전 자율주행 시장이 가까운 미래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자율주행 시장은 그동안 '돈 많이 드는 시장'으로 여겨지면서 많은 업체가 줄줄이 포기해왔거든요. 라이다는 자율주행에서 가장 기본적인 '눈'의 역할을 해주는 센서인데, 이것부터 상당히 고가인데다 이후 다른 기술에도 추가적인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드니까요.

전기차 가격이 너무 비싸 구매를 망설이다 최근 중저가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하니 판매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 처럼 말이죠.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자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기술을 자사 자율주행 기술에 탑재하고, 저렴한 모델에도 전부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은 '저렴한 자율주행' 시장을 열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고급 기술을 더 저렴하게 제공해준다면 반길 일이지만, 한편으론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하는데요. 읽으면서 느끼셨겠지만, 가성비 자율주행 부품들은 전부 중국산으로 이뤄져있습니다. 약 3년 전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중국의 거대한 전기차 전환 흐름이 자율주행으로 옮겨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죠.

자동차 양산을 최초로 성공시킨 포드로 시작해 100년 자동차 역사를 이끌어온 미국이 중국의 전기차 기술을 경계하게 된 건 고작 5년 사이의 일입니다. 불신과 무시를 딛고 성장한 BYD는 콧대높던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을 흔들어 놨고, 높은 가격 장벽으로 고민하는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저가 전기차 선택지를 내놓을 수 있도록 만들었죠.

자율주행 시장의 향방은 어디로 흐를까요? 전세계 소비자에게 저렴한 자율주행 시대를 열어주고 중국의 위상이 더 높아지는 결과를 낳게 될까요? 아니면, 먼저 뛰어들었던 업체들이 승기를 잡게 될까요. 우선, 전세계가 사랑하는 벤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흥미롭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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