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잡다가 서민 붕괴…아르헨 빈곤율 53%까지 급증

2024-09-27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이 52.9%까지 치솟았다. 국민 둘 중 한 명이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셈으로 21년 만에 최악의 수치라는 평가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며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인 긴축 정책 탓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인기도 추락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통계청은 올 상반기 빈곤율이 52.9%로 전년 하반기인 41.7%에서 11.2%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빈곤율은 소득 수준이 기본 생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재화 및 서비스를 얻기도 어려운 수준인 빈곤선(LP) 아래 인구를 의미한다. 이 수치는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FT는 올 들어서만 340만 명의 아르헨티나 국민이 빈곤층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소한의 먹거리 수요마저 충족할 수 없는 극빈율도 18.1%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6.8%포인트 높아졌다. 14세 미만 아동 빈곤율은 66.1%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이 연율 300%를 넘나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공공 지출을 대폭 삭감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를 잡기 위해 돈 풀기를 중단했고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25.5%씩 오르던 물가는 올해 8월 전월비 4.2%까지 내려앉는 등 어느 정도 효과도 거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산층과 서민 붕괴가 심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FT는 “밀레이 대통령의 취임 후 최소 13만 60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비공식 부문의 손실은 더욱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밀레이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생필품 가격 통제 제도 폐지와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50% 넘는 페소화 평가 절하 등이 생활비 부담을 키워 빈곤층을 늘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 정치인들은 “정부의 끊임없는 긴축이 노동자 가정과 노년층에 타격을 주고 있고, 해결은커녕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 정부 측은 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대변인인 마누엘 아도르니는 “우리 정부는 페론주의자들로부터 비참한 상황을 물려받았다”며 “긴축이 없었다면 아르헨티나는 초인플레이션에 빠져 모든 국민이 가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50% 내외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던 밀레이 대통령의 인기도 추락하고 있다. 토르쿠아토 디텔라 대학이 집계한 정부에 대한 신뢰지수는 9월 14.7% 하락해 올 들어 가장 컸다. 여론조사기관 CB컨설토라의 크리스티안 부티에 이사 역시 “9월 밀레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월보다 4.2% 하락한 46.4%로 나타났다”며 “이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느낌이 강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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