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번, 할리데이비슨…EU, 美공화 텃밭 상품만 골라 '보복관세'

2025-03-13

유럽연합(EU)이 다음달부터 2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0시 1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를 발효하자 곧바로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보복 관세에 "재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신속하고 비례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치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가 밝힌 260억 유로는 트럼프 1기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대응했던 64억 유로(약 10조원)의 4배 수준이다.

EU가 예고한 1단계 보복 관세 품목에는 버번 위스키와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 상징성이 큰 미국산 제품이 포함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3일 “모든 제품은 공화당이 장악한 주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선택됐다”며 “향후 선거에서 투표가 파랗게(민주당) 변할 위험이 있는 지역이 특히 표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 지역의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철폐를 설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로 관세율이 현행 6%에서 56%까지 오르는 할리데이비슨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49.6%)이 카멀라 해리스(48.7%) 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꺾은 위스콘신주에 공장이 있다. 할리데이비슨에 유럽은 북미 지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어서 급격한 관세 인상은 큰 경영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버번 위스키의 경우 1990년대 이후 공화당이 한번도 선거에서 진 적이 없는 켄터키주의 대표 상품이다. 미국산 위스키는 트럼프 1기 때도 EU의 보복 관세 대상이었다. 당시 EU에 대한 미국산 위스키 수출액은 3년(2018~2021년) 동안 1억 달러(약 1450억원) 넘게 급감했다. 이같은 1단계 조처 발동에 따라 영향권에 드는 미국 제품은 총 80억 유로(약 1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EU는 다음달 13일부터 2단계 보복 조치도 개시할 계획이다. EU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의 지역구인 루이지애나주의 수출품인 대두 등을 대상 품목으로 검토 중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EU 당국자는 “우리도 대두를 즐겨 먹지만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다른 국가 제품을 수입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의 수출품인 오렌지 주스 등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2단계 시행 시 180억 유로(약 28조원) 상당 제품이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EU는 2단계 조처와 관련한 대상 품목과 관세율 수준을 회원국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이달 26일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EU가 즉시 보복 관세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달 1일부터 발효하기로 하면서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 'EU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물론 난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돈의 전투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EU에 강하게 반발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성명에서 “수년간 EU는 미국의 산업 부흥 노력을 반대해왔다”며 “EU의 징벌적인 행동은 미국의 국가안보 필요 및 국제안보를 완전히 무시하는 조치이며, EU의 무역·경제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또 다른 징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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