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년 6개월

2025-07-20

김재범 편집국장

시간은 소중하다. ‘시간은 금(金)이다’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벤저민 프랭클린은 “시간은 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첩에 하루 일정을 적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점을 찍어 표시하면서 시간과 행동을 관리했다.

시간을 잘 활용하면 돈, 명예, 생명, 좋은 인연 등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덧없이 흘려보내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만약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더 부지런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은 1년 6개월 가까이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지난해 2월 당시 윤석열 정부가 3000여 명인 의대 모집 정원을 2000명 더 늘리겠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하자 의정갈등이 불거졌다.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하며 학교를 떠났고, 전공의들도 사직서를 내고 수련 병원을 떠났다.

병원은 의료 공백 사태에 빠졌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었다.

급기야 12·3 비상계엄 당시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포고령까지 나왔다.

올해 4월 정부가 의대 증원 백지화를 꺼냈지만 복귀율은 저조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교육위원회,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입장문을 내고 전원 복귀를 선언했다.

전공의들도 복귀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는 지난 17일 영상회의를 통해 미복귀 학생 유급 조치는 원칙대로 하면서 2학기 수업 복귀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내년 1학기 24·25·26학번이 한꺼번에 예과 1학년 과정을 밟는 이른바 ‘트리플링’을 막고, 본과생의 정상적 진급을 통해 의료인을 배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의정갈등 정상화를 꼽았다.

잃어버린 시간은 영원히 찾을 수 없지만 앞으로의 시간은 후회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의정 신뢰 속에 의대 교육을 비롯한 의료 시스템 정상화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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