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가 11일 폭염 속 옥외 노동자의 생명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이날 안창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지속되는 폭염 속 옥외 노동자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성명은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6일 인천에서는 맨홀 아래에서 측량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했고, 7일에는 경북 구미의 한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인권위는 “폭염은 이제 계절적 현상을 넘어 사회적 위험 요인이 됐다”며 “온열질환 사망자의 80% 이상이 옥외에서 발생하고,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21.2%로 가장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생명권·건강권은 헌법에 따라 국가가 보호해야 할 기본권이며, 국제노동기구(ILO) 또한 폭염을 산업재해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수분 공급과 시원한 휴식 공간 제공, 작업시간 조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폭염 관련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노동자가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사업주 부담 등을 이유로 규제개혁위를 통과하지 못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이상 폭염 속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며, 노동자 생명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올해 다양한 영역의 노동자들이 혹서기 건강권을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폭염 재난에 대응해야 하며, 더 이상 노동자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