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닛토덴코의 한국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한국니토옵티칼은 그간 서로 독립된 별개의 법인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옵티칼 해고자 고용승계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일본 본사의 통제하에 두 회사가 사실상 하나의 사업 활동을 해왔던 정황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이 확인됐다.
16일 경향신문이 금속노조를 통해 입수한 600페이지 분량의 한국옵티칼 경영방침, 예산서, 업무수첩 등을 보면, 한국옵티칼은 니토옵티칼과 ‘원코리아’ 관점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또 “니토옵티칼과 한국옵티칼의 자동 네트워크 사용환경 구축”이라고 적혀있는 내용 등을 보면 두 회사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투자기업 한국옵티칼은 LCD 편광필름을 생산해 디스플레이 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업체였다.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 이후 한국옵티칼은 법인을 청산하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17명은 정리해고됐고, 이들은 ‘쌍둥이 회사’인 니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주장해왔다. 닛토덴코는 이후 구미공장의 생산물량을 평택공장인 한국니토옵티칼로 이전했다. 해고노동자 박정혜씨는 지난해 1월 공장 건물에 올라 600일 간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벌였다.
지난 10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배원 니토옵티칼 대표이사는 한국옵티칼과는 별개의 회사라며 고용승계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한국옵티칼 부당해고 행정소송에서 1심 법원은 “한국옵티칼은 LG디스플레이를, 니토옵티칼은 삼성디스플레이를 주 거래처로 해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 상이했다”며 서로 다른 법인격이라고 봤다.
그러나 한국옵티칼 관리자의 2014년 업무수첩을 보면 한국옵티칼은 후공정을 마친 제품을 니토옵티칼로 보냈다. 니토옵티칼은 다시 삼성디스플레이로 최종 납품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이 한국옵티칼에 직접 방문해 자사가 받을 제품을 점검하기도 했다.

한국옵티칼은 일본 닛토덴코에 의해 다수의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의사결정 구조가 일본 본사에 종속돼 있고 실질적으로 사업이 통합 운영되는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봐야 한다고 노조 측은 주장한다.
예산서에 첨부된 의사결정기준을 보면, ‘시가 1억엔 이상 유가증권의 취득 또는 매각’ 등 10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선 닛토덴코 이사회가 결정 권한을 가졌다. 1000만엔 미만의 비용만 한국옵티칼이 결정했다.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부장 이상의 인사도 본사가 결정하고, 과장 이하의 인사 변동만 한국옵티칼이 정했다. 의사결정 기준을 명시한 총 92개의 사안 중 50개가 일본 본사를 거치도록 돼 있다.
최현환 한국옵티칼지회장은 “일할 때 회사는 항상 ‘원 닛토’라고 강조했다. 닛토그룹의 모든 사업장에서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일했다”며 “닛토덴코가 각 거점을 통괄하면서 하나의 사업으로 운영됐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사측은 고용승계를 해야한다”고 했다.
대법원 역시 법인격이 다른 기업조직이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있다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노조 측은 “닛토덴코가 지배하는 기업집단내에서 편광필름 사업을 구성하는 여러 사업장이 있고, 생산, 전공정, 후공정, 판매까지 본사의 전략상 결정에 따라 담당 공정들이 한국옵티칼과 니토옵티칼 등에 배분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탁선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복수의 기업조직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가릴 때 사업 활동의 밀접 관련성을 따지도록 한다”며 “이 문건은 모자회사라는 지배·종속 관계 수준을 넘어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 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옵티칼은 일부 사업 부문의 폐지로 보는 것이 마땅하고, 한국옵티칼 정리해고는 그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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