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네이버웹툰 "활개치는 불법 사이트, AI기술로 끝까지 잡는다"

2024-12-12

서충현 네이버웹툰 안티파이러시 리드 인터뷰

AI 기반 불법 웹툰 추적 기술 '툰레이더' 개발

"불법 사이트 수법, 해커 수준…기술 방어력 키워야"

"유출 자체 막아야…작가들에겐 생계 걸린 문제"

K-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나날이 위상을 높여 가는 가운데, 산업 종사자들의 최대 골칫거리인 불법 유통 사이트의 기승도 함께 거세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며 이들의 콘텐츠 무단 도용 수법은 고도화하고 있고, 이제는 불법 유통 과정을 분업화해 하나의 비즈니스처럼 운영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내 웹툰 플랫폼들도 천문학적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불법 업로드 사이트를 소송하거나 신고하는 등 법적 대응에 더해 사전 차단을 위한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네이버웹툰의 AI(인공지능) 기반 불법물 추적 기술 '툰레이더'가 있다. 지난 10일 정자 그린팩토리에서 툰레이더의 개발자이자 네이버웹툰의 안티파이러시(Anti Piracy·불법유통대응) 팀을 이끌고 있는 서충현 리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 리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난 2017년 네이버웹툰이 AI 조직을 신설하면서 해당 부서로 합류했다. 당시 웹툰 업계는 밤토끼, 어른아이닷컴 등 음지 사이트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었다. 그는 플랫폼 기업답게 기술을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로 관련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때 탄생한 것이 바로 툰레이더다.

서 리드는 "당시 웹툰의 불법 유통이 횡행하고 있었고 회사도 사후 조치는 계속 하고 있었으나 AI 등 기술을 활용해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은 잘 시도하지 않았다"며 "툰레이더를 3개월 정도 개발해서 서비스에 적용했는데 불법물이 잡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부터 꾸준히 기술을 고도화해 서비스 전 영역에 접목시켰다"고 말했다.

툰레이더는 최초 불법 유출자를 추적하고 차단하는 기술이다.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해서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하고 차단한다. 올 상반기 풀 딥러닝 방식의 워터마킹 기술이 전 서비스에 적용됐다. 툰레이더를 활용해 단속한 불법 유출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에 웹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페이지 접속 시 불법 유출자라고 판단되는 이용자를 사전에 차단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대응의 핵심은 웹툰 이미지를 유출하는 '로우 프로바이더(Row Provider, RP)'를 잡는 것이다.

서 리드는 "웹툰은 유출된 이상 영원히 무료 콘텐츠가 되기 때문에 사전에 불법 유출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RP들을 단속하지 않으면 결국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꼴이기 때문에 사전에 기술을 통해 웹툰 유출 자체를 막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네이버웹툰의 사전 및 사후 대응에도 불구하고 범죄 수법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마치 하나의 비즈니스처럼 무단 복제, 번역, 유통 등 작업에 따른 급여표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리드는 "이전에는 화면을 한 땀 한 땀 캡쳐했다면 지금은 자동화 프로그램을 활용해 앱에 접속하지도 않고 콘텐츠를 무단 복제해 간다. 거의 해커 수준"이라며 "이들의 기술이 너무 고도화됐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기술 방어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운영 방식도 상당하다. 마치 정식 사이트인 것처럼 디스코드 등을 활용해 커뮤니티를 운영하기도 하고, 독자 이벤트도 연다"며 "커뮤니티에 업로드가 늦을 것 같다며 공지하는 경우도 봤고, 유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곳들도 있다. 해외에서는 불법 사이트가 불법인 줄 모르고 들어가는 이용자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독자들의 저작권 인식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불법 유통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의 규모는 상당하다. 국내 모 불법 사이트의 점유율은 4~50% 수준으로, 월 방문자 수만 1000만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해외 불법 사이트 중 한 곳은 월 방문자 수만 11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을 모체로 두고 여러 자잘한 아류 사이트가 기생하는 식이다. 불법 사이트를 방문하는 독자들이 줄게 되면, 트래픽으로 인한 광고 수익이 줄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사이트 폐지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독자들의 저작권 인식 제고가 필수적인 이유다.

서 리드는 "기본적으로 작가들의 수익이나 회사 매출에 큰 피해를 주는데, 내부에서 대략적으로 계산해본 바에 따르면 웹툰 불법 유통으로인한 피해액만 거의 1조원을 넘는다"며 "높은 수익을 가져가는 작가들이 많다고 하는데, 지금 버는 게 정말 정당하게 대가를 받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불법 유통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봐야 작가로부터 더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지 않겠냐. 어떤 작가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동조도 요청했다.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데, 호스팅 서버 위치도 파악하기가 어려우며 등록된 도메인 주소나 이메일 등이 모두 허구인 경우가 많다. 서 리드는 "정부나 수사 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불법 사이트 폐쇄 및 운영자 검거 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불법 유통물 대응의 최종 목표는 사람 손이 가지 않을 정도로 기술을 고도화해 기술만으로 RP를 잡아내는 것이다. 서 리드는 "기술 차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스템을 고도화해 기술 성능을 높여 완벽한 자동화를 이뤄낼 것이다. 불법 유통업자는 반드시 잡힌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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