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출신 변호사, 이제 별 효과 없다 [기자수첩-사회]

2024-10-22

의뢰인들 "검찰 출신 원한다" "판사 출신 붙여 달라" 요구하지만…별 힘 발휘 못 해

로펌이 직접 "전관 출신 법조인이 승소해주겠다" 홍보도…공포 마케팅인 셈

대법관 출신도 망하는 게 변호사 직역…출신 살피기보다는 소송 비법 알아봐야

최대한 상담 많이 받아보고…'본인 성향에 맞는 변호사' 선임하는 게 더 중요

로펌에 사건을 맡기러 오는 의뢰인들이 "검찰 출신 변호사를 붙여 달라" "판사 출신 변호사를 붙여 달라"고 요구할 때마다 법조인들은 의아할 때가 많다고 한다. 의뢰인들의 생각과 달리 '전관출신 변호사'가 수사 기관에서 또는 법정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뢰인들은 '전관 출신 변호사'를 계속 찾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형사 사건을 처음 접해본 의뢰인 입장에서는 수사를 해본 사람에게 사건을 맡기는 것과 로스쿨을 갓 졸업한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의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전관 출신 법조인이 승소해주겠다"며 직접 나서서 홍보하는 로펌도 있다. 의뢰인을 상대로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하는 셈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의뢰인은 이에 혹할 수밖에 없다. "구속되실 수도 있는데, 저희 변호사님이 검찰 출신이라서 잘 방어해주실 거에요"라고 말한다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허나 고위 법조인이라도 망하는 경우가 다반사인게 변호사 직역이다. 과거 대기업 화장품 회사 총수도 대법관 출신 법조인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한 적이 있는데, 구속을 막지 못해 망신을 당했다. 출신만 살피기보다는, 수사 단계에서 전관 출신 법조인들이 행할 수 있는 소송 비법 등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펴본 뒤에 법률 대리를 맡기는 게 현명하다.

전관 출신 법조인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수사 기관이 제공하는 재량권 범위 내의 절차적 배려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형사 사건을 다수 진행한 법조인은 "최대한 상담을 많이 받아보고, 본인 성향과 맞는 변호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관예우 등 요행을 기대한 채 전관 출신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한다면, 비합리적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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