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명 '후루룩' 즐겼는데…"너무 불쾌해" 외국인들 분노한 K축제 홍보영상 [이슈, 풀어주리]

2025-11-10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35만명이 찾으며 흥행한 ‘2025 구미 라면축제’가 뒤늦게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구미시에서 제작한 공식 홍보영상이 해외에서 ‘블랙 페이스(Blackface)’ 비판을 받으며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10일 구미시에 따르면 이달 7~9일 열린 이번 라면축제에는 사흘간 약 35만명이 방문했다. 대표 메뉴인 ‘갓 튀긴 라면’은 48만개가 팔렸고 셰프들이 선보인 라면 요리 역시 5만4000여그릇이 판매되며 총 매출은 10억원에 달했다.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구미시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축제 홍보영상이 논란에 휩싸였다. ‘2025 구미라면축제 초청가수 특별무대 - 라면과 구오룡’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속 밴드 ‘핵폭탄과 유도탄들’이 부른 노래 ‘라면과 구공탄’을 패러디한 콘텐츠다.

문제는 마이콜을 연기한 배우의 분장이다. 그는 마이콜 특유의 외형을 재현한다며 검은색 파마 가발을 쓰고 얼굴을 까맣게 칠한 뒤 입가에 흰색 원을 그렸다. 국내에서는 ‘둘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로 받아들였지만 해외에서는 즉각 “전형적인 블랙 페이스”라는 비판이 폭주했다.

논란은 한 해외 누리꾼이 해당 영상을 캡처해 세계 최대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댓글에는 “한국은 아직도 블랙 페이스를 하나”, “게다가 지방정부 공식 채널이라니 충격적”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누리꾼은 “‘아기공룡 둘리’ 속 ‘마이콜’ 캐릭터를 구현한 것일 뿐, 흑인을 흉내 낸 분장이 아니다”라며 오해를 풀려 했지만, 다른 네티즌들은 “국내 인식과 무관하게 블랙 페이스는 국제적으로 금기시된다”, “외국인이 보면 불쾌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구미시 유튜브 채널에도 “‘마이콜’을 모르는 해외 이용자에게는 명백한 블랙 페이스처럼 보인다”, “행정기관 채널에서 이런 영상을 그대로 올린 건 신중하지 못했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한 시민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영상의 인종차별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얼굴을 검게 칠하지만 않았다면 재미있는 패러디였겠지만 전형적인 블랙 페이스라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시에서는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같은 인종차별 논란은 과거 유사 사례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2019년에는 혼혈 모델 한현민이 노브랜드 버거 광고에서 마이콜 역할을 맡았다가 “흑인을 희화화한 캐릭터에 혼혈 모델을 기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색 졸업사진’으로 유명한 경기 의정부고의 ‘관짝소년단’ 패러디 역시 비슷한 논쟁을 겪었다. 의정부고 학생자치회는 2020년 페이스북에 졸업사진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흑인으로 분장한 ‘관짝소년단’ 패러디가 크게 화제를 모았다. 학생들은 가나 장례 문화에서 유래한 관짝소년단 밈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복장과 표정뿐 아니라 피부색까지 영상 속 모습과 유사하게 맞췄다.

하지만 사진이 공개된 뒤 의견은 극명하게 갈렸다. “일종의 ‘블랙페이스’라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밈을 재현한 것일 뿐”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북미 사회에서는 백인이 흑인을 흉내 내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는 행위를 인종차별의 역사와 연결해 금기시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은 더 확산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해당 사진을 올리고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퍼요”,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입니다. 제발 하지 말라”고 적었다. 이어 “문화를 따라 하는 것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 하나. 한국에서 이런 행동은 없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당시 온라인 반응도 팽팽히 맞섰다. “흑인들은 피부색 분장에 매우 민감하다”, “해외에서 명백한 인종차별로 보는 분장을 굳이 했어야 했나”라는 비판과 함께 “외국인이 손흥민 코스프레한다고 눈을 찢는 분장을 해도 괜찮다고 할 것이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반면 “비하 의도가 없는데도 무조건 차별로 모는 건 과하다”, “밈을 그대로 재현하려면 분장은 불가피하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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