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수출 통제 중인 희토류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제품 설명에 '자석(magnet)'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통관을 중단하고 전수 검사를 실시하는 등 관련 제품들의 공급이 크게 지연되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도 이같은 지연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중국 기업과 산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상무부와 세관 당국이 공식 통제 대상이 아닌 제품들에 대해서도 제3자 화학 시험과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며 명시적으로 통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제품들까지 '희토류'로 분류해 수출 검사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규제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란 란탄족 원소 15종에 스칸듐, 이트륨을 더한 총 17개 원소를 가리킨다. 분리·정제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아 희귀한 자원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스마트폰부터 군수 산업, 풍력발전 등 에너지 장비에까지 필수적이라 산업의 '필수비타민'이라고도 불리는 원소다. 현재 중국은 희토류 원광의 약 60%를 생산하고, 전 세계 정제·가공의 85~90%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지난 10일 무역 합의를 통해 희토류 수출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수출 통제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공급이 계속 지연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한 자석 수출업계 관계자는 "제품 설명에 '자석'이라는 단어만 있어도 전수 검사 대상이 되고 이 경우 1~2개월이 소요된다"며 "티타늄 막대나 지르코늄 튜브 역시 통제 품목이 아니지만 '티타늄 파우더'가 통제 품목이라는 이유로 묶여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중국 업체 관계자는 "물류 회사들이 '자석'이 들어간 제품은 아예 운송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컨테이너 내 다른 화물까지 영향을 받을까봐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서 지난 2년 간 갈륨, 저마늄, 안티몬, 흑연, 텅스텐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다른 전략 원소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를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희토류 및 자석 제품 수출 허가를 위한 조건으로 생산 세부사항과 고객 명단 등 민감한 기밀 정보를 요구해 무역 비밀 노출 및 데이터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