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책 서점·도서관서 연일 ‘완판’···“내 일처럼 기쁘고 벅차다”

2024-10-13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입구 쪽 매대 앞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들여다보는 시민들로 붐볐다. 지난 10일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급등한 관심과 인기를 증명하듯 서점 곳곳에는 이 책을 제외한 작가의 책들이 일시품절됐음을 알리는 안내문들이 놓여 있었다. 대신 한 작가의 2022년 인터뷰가 담긴 잡지 악스트(Axt)와 한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작품을 구경하는 이들이 보였다.

시민들은 한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함께 축하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남편과 서점을 찾은 장혜정씨(38)는 <소년이 온다>를 들고 매대 옆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장씨는 “노벨상을 받은 작가의 책을 원서로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이 책밖에 안 남았다고 해서 아쉽지만 이거라도 얼른 사서 읽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인들과 함께 읽고자 두세권씩 사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은비씨(29)는 “역사적인 일이니 친구에게도 선물해주고 싶어서 <소년이 온다> 두 권을 샀다”며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 멋있는 여성 롤모델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벅차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작가의 다른 책들도 온라인으로 예약 주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명옥씨(70)도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책 두 권을 집어들었다. 전씨는 “과거 한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전남 장흥에서 특강을 하실 때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한강의 수상 소식을 듣고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며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작가가 나와서 문인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의 자긍심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에도 한 작가의 책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11일 은평구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을 찾은 한 시민은 도서관 직원에게 “<채식주의자>는 정말 한 권도 없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도서관 컴퓨터로 한 작가의 책을 검색하던 다른 시민들도 한 작가가 쓴 책이 모두 대출 중인 것으로 뜨자 다른 도서관·북카페 등을 찾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채식주의자>를 빌리려고 도서관을 찾은 정숙희씨(64)도 “이미 예약까지 다 차서 빌리지 못했다”며 “지금 다른 도서관에는 책이 없는지 검색해 보려던 참이었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에서 보유 중인 한 작가의 책 28권은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발표된 날 이미 모두 ‘대출완료’ 됐다. 도서관 직원들은 책을 찾는 시민들에게 “어제 저녁 9시쯤 이미 전권이 다 나갔어요”라거나 “지금 은평구 내 다른 도서관들도 모두 대여 중이라 기다리셔야 해요”라며 미안해했다. 최지희 구산동 도서관마을 팀장은 “평소 저녁 시간에는 대여하러 오는 사람들이 적은데 어제는 저녁까지 한 작가의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현재 지하철역 무인도서 예약 대출도 한 작가의 작품은 예약이 다 완료된 상태”라고 했다.

시민들은 책을 빌리지 못하고 돌아가면서도 “아쉬움보다 한 작가의 수상에 기쁜 마음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소년이 온다>를 빌리러 도서관을 찾은 김창준씨(26)는 “한 작가를 잘 알지 못했는데 어제 수상 소식을 듣고 시집을 찾아보고 출판사 유튜브 채널에서 한 작가를 소개한 콘텐츠도 찾아보면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기회에 좋은 책들을 많이 알게 돼 기쁘다”며 “e북을 구매하거나 북카페에서 책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말 사이 한 작가의 모교 연세대도 축하의 뜻을 전했다. 연세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동문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과 명예를 진리와 자유의 연세 정신 아래 전 세계인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며 “그의 수상은 연세대의 자랑이며 보람인 동시에 한국을 넘어 전 인류가 공유하는 긍지와 성취”라고 했다.

연세대는 한 작가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거나 문학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관계자는 “작가가 자신의 말을 준비해 세상에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작가가 12월에 정식으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이후 행보를 결정할 때까지 그의 수상을 기리고 수상의 의미를 교육적으로 실현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1989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1993년 졸업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