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끼리의 싸움…카드사, PG사에 “수수료 올려달라”

2025-02-27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계가 수수료율 문제로 ‘을’과 ‘을’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카드사들이 정부 주도의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PG사들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PG사들은 상대적으로 ‘갑’인 카드사의 요구에 속만 태우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 업계는 최근 PG사들에 수수료율 인상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내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수수료율 인상 요구를 받은 곳은 주로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PG사다. 금융 당국이 적격 비용 산정을 통해 수수료율을 정해주는 영세·중소 가맹점과 달리 일반 가맹점의 경우 카드사와 가맹점 간 자율 협상을 통해 수수료율을 정한다.

카드사들이 통지한 수수료율 인상이 적용될 시 PG사들이 추가로 부담할 비용은 최소 연간 수백억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PG협회에 따르면 전업 PG사인 9개 회원사(나이스페이먼츠·다날·엔에이치엔한국사이버결제·케이에스넷·KG모빌리언스·KG이니시스·토스페이먼츠·한국정보통신·스마트로)는 최대 500억 원 이상을 추가 부담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업 PG사는 아니지만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PG업으로 등록된 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액수는 더 커진다. 전업 PG사에 대한 수수료율은 평균 2.2~2.3% 수준으로 상한인 2.3%에 다다른 상황이다.

PG사들은 카드사들이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의 후폭풍이 자신들에게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마련된 새 개편안에 따라 중소 가맹점은 이달 14일부터 최대 0.1%포인트의 수수료율이 인하되는데 이로 인해 카드 업계는 연간 3000억 원의 부담이 생긴다. ‘당국 주도의 수수료 인하→카드사 부담 확대→PG사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PG 업계는 카드사들이 이익 감소를 PG사의 수수료 인상으로 손쉽게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PG사의 경우 당국의 수수료율 혜택 대상이 아닌 일반 가맹점이다. PG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한 영세·중소 수수료 인하분에 대해 카드사가 PG라는 사업 특수성을 가진 자에게 수수료를 올려 전가하는 건 보복성 인상”이라며 “카드사는 3년 전 조달 비용이 낮을 때도 비용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서 수수료를 올렸고 이번에는 또 조달 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금융 당국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드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인상이 확정된 것이 아니고 협상 결과에 따라 인상이 철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PG 업체별로 상황이 제각각이라는 게 카드사들의 얘기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PG사에 대해 인상을 결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설령 인상이 이뤄졌더라도 PG사가 하위 가맹점들에 마진을 붙여 수수료를 더 많이 받으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적격 비용 재산정마다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PG사들만 해도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요구를 거부하기가 어렵고 반대로 하위 가맹점에 부담을 2차로 떠넘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수수료율을 올렸다가 가맹점 이탈이 현실화할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정부가 직접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있다는 것이 원인”이라며 “협업해야 할 두 업계가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줄어들며 서로 싸우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수료율을 산정 자율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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