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년… 영풍·MBK 드러난 ‘빌런’의 민낯

2025-09-09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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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 낙동강 폐수 유출 토양정화 미이행 등 환경리스크 상징 조업 중단, 실적 악화로 이어져 ‘부진’ MBK, 차입매수… 홈플러스 회생절차 수만명 노동자·협력업체 일터 무너져 단기 채권 사기 의혹까지 불거져 논란

고려아연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지난해 9월13일 영풍 측의 공개매수로 본격화된 지 곧 1년을 맞는다. 고려아연에 맞선 두 세력은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 정상화”를 내세웠지만, 돌아본 성적표는 초라하다. 영풍은 잇따른 환경오염, MBK는 차입매수의 후폭풍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빌런’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9일 비철금속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1년간 환경법 위반이 이어지며 ‘환경 리스크’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낙동강 폐수 유출로 58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초 대기오염 배출시설 미신고로 벌금형을 받았다. 황산가스 감지기를 꺼둔 사실까지 드러나 추가 조업정지 가능성이 제기됐고, 봉화군의 토양 정화명령 이행률도 기준에 미달해 환경부는 ‘3차 위반 시 1개월 조업정지’를 검토 중이다. 관리 부실이 되풀이되면서 지역 사회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조업 중단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아연괴 생산량은 전년 동기 11만6천799톤에서 6만9천880톤으로 40.2% 줄었고, 평균 가동률도 34.9%에 그쳤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천504억원으로 전년 동기(-431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고, 별도 기준 영업손실도 1천434억원으로 전년(-6억원)에 비해 245배 확대됐다. 매출의 80% 이상이 아연괴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아연 가격 약세와 제련수수료 하락까지 겹치며 부진은 불가피했다. 업계에서는 “환경법 위반이 단순한 벌금이 아니라 회사 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의 행보에서 ‘투기 자본’의 본색을 여실히 보여줬다.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구조조정과 매장 축소를 밀어붙였고, 결국 법정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수만 명의 노동자와 협력업체가 생존 위협에 몰렸다. 정치권은 “차입매수가 기업가치를 갉아먹었다”며 MBK를 강도 높게 비판했고, 노동계도 “10만 노동자의 일터가 무너졌다”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구호와 달리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에만 몰두한 행태는 ‘먹튀 자본’이라는 오명을 낳았다.

자본시장에서의 움직임도 파문을 키웠다. 홈플러스와 롯데카드의 단기채권 발행은 신용등급 하락 직전에 이뤄져 ‘사기성 발행’ 논란을 불렀고, 검찰은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손실을 떠안으면서 충격은 확산됐다.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MBK 경영진이 사기·배임 혐의로 고발되며 법적 책임 논란도 불거졌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는 이익을 챙기고 피해는 노동자·납품업체·소비자·투자자가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지난 1년의 과정은 단순한 기업 간 힘겨루기를 넘어, 한국의 환경 및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영풍은 환경 규제 회피와 관리 부실이 재무 악화로 이어졌고, MBK는 차입 중심의 사모펀드 운영이 유통사의 회생 절차와 투자자 손실로 귀결됐다. 전문가들은 반복적인 환경 위반 사업장에는 누적 페널티와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사모펀드의 차입매수 뒤 이어지는 자산 매각·회생 관행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행태는 단순한 환경오염이 아니라 반복되는 ‘환경범죄’ 수준”이라며 “낙동강 상류에서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탓”이라며 “기업이 공장을 돌리려면 오염 차단 시설과 안전장치를 먼저 갖추고, 정부도 누적 위반에 대한 강력한 페널티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 규제와 관련해선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가 “차입매수 뒤 이어지는 자산 매각과 회생 절차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노동자와 소비자에 피해를 전가한다”며 “미국처럼 등록과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내부통제 제도를 법제화해야 투기적 자본의 행태를 제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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