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점검은 무의미…안전관리 실효성 높여야”

2024-09-27

엇비슷한 안점점검 되풀이

과도한 문서작성 부담 가중

공기 지연 등 부작용 초래

‘효율적 안전관리’ 공감 커져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각종 안전사고와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체계 구축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전관리 감독기관 간 효율적인 업무체계를 갖추고 현장 여건에 맞는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선 현장의 산업재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그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약 36조42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이 29조9800억원이었던 것과 견줘보면 약 21%(6조4400억 원) 증가한 셈이다. 이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최근 5년간 산업재해 손실액은 150조7300억 원에 달한다는 게 김소희 의원실의 분석이다.

이에 정부와 주요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사고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경우 지난 25일 제18차 현장점검의 날을 맞아 지역별로 사업장 안전관리 점검을 실시했다. 이날 안전점검은 업종과 사고유형 등 특성에 맞게 자체 점검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전년 대비 중대재해가 증가한 △선박 건조 및 수리업(조선업) △유리·도자기·시멘트 제조업 △위생 및 유사서비스업(폐기물 처리업) 등의 사고유형을 분석해 유사 재해 발생 예방하기 위한 집중 점검에 나섰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공사장의 안전수준을 파악해 사고를 예측하고 재해를 선제적으로 방지하는 ‘안전지수제’를 도입키로 했다. 공공 공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시는 올해 연말까지 안전지수제를 시범 운영하면서 모니터링과 의견수렴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안전지수 평가기준(세부 지표)은 100점 만점으로 △관리자의 직무수행 △작업자의 안전의식 등 7대 영역지수와 24개의 세부 지표로 공사 현장의 안전수준을 알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국회에서도 일선 사업장의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학영 의원은 최근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제도를 마련하는 내용의 지방계약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중대재해법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규정을 어겨 사망사고 등 중대한 위해를 가한 사람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현행 국가계약법은 국가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위해를 가한 자를 부정당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부정당업자가 국가계약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못박고 있다. 그렇지만 현행 지방계약법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제재 처분제도를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학영 의원의 지적이다.

그렇지만 각종 규제와 철저한 감독과 현장점검을 우선시 하는 안전관리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업경영자에 대한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법 입법 및 시행을 놓고 큰 진통이 뒤따르고 거센 반대 의견이 제기된 것은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특히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발주처 등이 실시하는 안전점검 활동이 중복적으로 이뤄져 공기를 지연시키고 현장업무의 부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련의 안전점검이 건설현장의 안전 확보라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시공현장의 원활한 업무수행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과도한 자료제출을 수반한 유사한 내용의 안전점검이 반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은 일선 현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 7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과 대한건설협회가 전국 건설현장 115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점검 시 일부 또는 전체 공정에서 작업중지가 이뤄진 현장은 25곳(22.5%)에 달했다. 시공현장 10곳 중 2곳 이상이 안전점검으로 원활한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었다는 뜻이다.

또한 안전점검을 기다리면서 인력과 시간, 장비 임차비용의 손실이 뒤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안전점검 시 요구하는 자료 중 대부분이 당초의 목적과 관계없이 점검기관마다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상당수 시공업체가 안전점검을 위한 문서작성 업무에 시달린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계기관에서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는 개별 안전점검의 목적과 실제 점검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과도한 문서작성에 따른 안전관리자와 현장의 부담을 줄여 더 효율적인 안전점검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희대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서류 중심의 형식적 점검보다 현장 여건에 맞는 점검과 안전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며 “이에 더해 실효성 있는 개선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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