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4차 무역협상에 돌입했다.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공식 초청했지만 무역 문제와 펜타닐 등 각종 현안에 타결점을 찾지 못한 백악관이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마드리드 담판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은 23개 중국 기업을 제재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의 산업안보국(BIS)은 수출 통제 ‘거래 제한 기업목록’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상장 기업인 상하이푸단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중국과학원 항공우주정보혁신연구소, 시노IC 테크놀로지 등이 포함됐다. BIS는 이들 기업이 중국의 군사 및 첨단 컴퓨팅 개발을 지원하고, 러시아와 이란 등의 무기 개발을 도왔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곧 반격에 나섰다. 13일 밤 상무부 대변인은 “14일부터 중미 양측이 스페인에서 무역회담을 거행한다”며 “미국은 이 시점에서 중국 기업을 제재한 것은 무엇을 하자는 건가”라며 항의했다. 이와 함께 장쑤성 반도체산업협회의 요청이 있었다며 미국산 수입 아날로그 칩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며, 미국이 집적회로 분야에서 중국에 취한 조치에 대한 반(反)차별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반덤핑 조사와 관련해 중국 상무부는 미국에서 수입된 범용 인터페이스 및 게이트 드라이버 칩을 대상으로 하며, 신청인이 제출한 예비 증거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조사 대상 제품의 미국산 수입량이 37% 증가한 반면, 수입가격은 52% 하락했다며 덤핑 혐의를 적시했다.
FT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직전 중국의 공식 초청을 받았지만 APEC 기간 조용한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국방장관이 중국측 파트너와 통화하며 정상회담을 타진했지만 진전이 더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 연구소 중국센터장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보다 더 화려한 의전을 제공하지는 않으려 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에 이은 ‘식후 입가심’으로 취급받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디렉터였던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트럼프의 방중 여부는 “트럼프의 성과에 대한 욕구와 중국인의 환대를 받고 싶은 욕망 사이의 투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마드리드 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말 리청강(李成剛)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가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과 “대화하되 양보하지 않는다(只談不讓)”는 중국 측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유통을 단속하라는 미국 측 요구에 중국은 미국이 부과한 이른바 펜타닐 관세 20%를 철폐할 때까지 단속 조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