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정 기간 구독료를 내면 스마트폰을 최대 절반 가격에 다시 사들여주는 사실상의 반값 휴대폰 서비스를 선보인다. 비싼 스마트폰 앞에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여 기기 교체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LG전자도 300만원이 넘는 안마의자를 월 4만원대 요금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내수 불황으로 지갑 사정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목돈 부담을 줄인 구독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4일부터 갤럭시 스마트폰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뉴 갤럭시 AI 구독클럽’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오는 22일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되는 ‘갤럭시 S25’ 시리즈부터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최대 50% 잔존 가격 보장’이 핵심이다. 예컨대 약 160만원대로 예상되는 갤럭시 S25 울트라 모델을 자급제를 통해 구입한 소비자가 12개월간 월 5900원의 구독료를 내면서 사용한 뒤 반납하면, 삼성전자는 단말기 가격(삼성닷컴 기준)의 50%인 약 80만원을 되돌려준다. 2년 후 반납하면 40%다.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을 반값에 구매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파손 보상, 액세서리 할인도 제공한다.
스마트폰 가격 문턱을 낮춰 1~2년마다 교체 수요를 유도하려는 방책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외에도 TV,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의 구독 사업을 지난달 본격 시작한 바 있다.
LG전자도 이날 안마의자 ‘LG 힐링미 오브제컬렉션 안마의자 아르테 업(UP)’을 출시했다. 사용자 맞춤형 코스를 설정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담겼다. 출하가는 329만원인데 6년 계약 기준 구독료는 월 4만9900원이다. 3년부터 6년까지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제품 클리닝 및 부품 수리도 지원한다.
국내 가전시장은 위축되는 추세다. 지난해 1~11월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수는 28조8670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의 33조1841억원 대비 13%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구독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세탁기·냉장고·TV 등을 한꺼번에 마련하려면 1000만원은 족히 넘는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구독으로는 매달 30만~40만원 선으로 이용할 수 있다.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구독 사업에 대해 “소비자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안다. 퍼센트(%)로는 엄청난 성장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5∼6월 출시 예정인 AI 로봇 ‘볼리’도 구독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기업 입장에서 구독은 장기간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노릇을 한다. LG전자의 구독 사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3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는 해당 기간 꾸준한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제품에 대한 양질의 경험을 제공받는 효과가 있다”며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독 요금에는 이자 비용과 각종 관리 비용이 녹아 있기 때문에 일시불로 살 때보다 총 지출액이 더 많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