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연말 특수를 노린 완성차 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 정치 리스크까지 겹쳐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다. 올해 목표로 잡은 판매 실적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 2세대 신형 모델의 사전계약을 20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이달 초에 해당 일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미룬 것이다. 신형 출시를 앞두고 1세대 팰리세이드 생산은 이미 중단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팰리세이드 사전계약 일정은 20일이나 20일 전후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며 “확정된 것은 아니고 재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급변하는 국내 상황에 따라 사업 계획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현재 시점에서는 신차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고금리·고물가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악화하면서 고가 내구재인 자동차 판매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 이달 5~6일 부분파업을 벌인 현대차 노조가 추가 파업에 나설 경우 사전계약 물량의 생산이 밀리며 고객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연말 차량 교체를 계획했던 소비자들마저 두 손 놓고 신차 출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형 팰리세이드 사전계약 일정을 묻는 글이 급증하고 있다. 현대차는 6일 신형 팰리세이드의 내·외관 디자인과 색상 등을 처음 선보였다. 가격과 차량 제원 등 구체적인 정보는 사전예약 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부진한 내수에 현대차의 올해 연간 판매 목표 달성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현대차는 올해 초 국내 연간 판매 목표량으로 70만 4000대를 제시한 바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내수 판매량은 64만 3687대로 전년 동기보다 8% 줄었다. 남은 한 달 동안 월 평균 판매량(5만 8517대)보다 1796대 더 많이 팔아야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