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 내부 분열 원인 '직급승강제' 폐지 논의 실종...해결 의지 부족

2024-11-07

2년 마다 근무 성적 평가 통해 직급(6~9급) 재조정

평점 결과 좋으면 직급 상향, 아니면 하향 조정

앙상블 중시하는 국악원, 직급승강제로 단원 간 갈등 골 깊어

실기 점수 이외 원장·단장 근평 점수 높다보니 국악원 내 줄세우기 만연

국악원 노조, 직급승강제 폐지 골자로 한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 주장

국악원, 불합리한 인사제도 인정 다만 7억원 이상 예산 소요 집행 미온적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직급 승강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면서 해결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국악원 내·외부에서는 직급승강제가 단원 간 불신과 갈등을 유발한다며 폐지 요구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국악원 측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직급 승강제 폐지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직급승강을 위한 단원평가가 실시되는 만큼 인사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7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직급승강제는 2년 마다 근무 성적 평가를 통해 국악원 단원 간 직급(6~9급)이 재조정되는 제도이다. 평점 결과가 좋으면 직급이 상향 조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하향 조정된다.

현재 국악원 직급별 정원은 △5급(계약직 연봉제) 5명 △6급 28명 △7급 31명 △8급~9급 76명이다. 국악원은 당초 예술 노동의 특수성을 가진 조직으로써 직급승강제를 도입해 조직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1986년 개원 이후 예술 3단(관현악단‧창극단‧무용단)만 실시돼 왔지만, 노‧사 협상을 통해 지난 2016년부터 공연기획실과 교육학예실까지 확대됐다.

문제는 앙상블과 조화를 중시하는 국악원이 직급승강제로 인해 단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위계질서가 깨져 조직 화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에는 제자가 스승을 뒤로한 채 수석에 올랐고, 국악원 창단 멤버이자 대통령상 보유자는 8급으로 강등돼 재심 신청으로 이어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특히 전체 인사 평가에서 정성평가(근평) 점수 반영이 크다 보니 실기 평가에서 1등을 차지해도 승급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악원 근무평가점수 항목을 보면 △실기 60점 △근평 25점(원장10‧단장15) △다면 5점 △근무 경력 10점 등으로 되어 있다.

차이가 별반 없는 실기 점수 이외에 원장과 단장이 점수를 주는 근평 점수가 높다보니, 실력이 아닌 상급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국악원 내 줄 세우기가 만연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악원 한 단원은 “실기평가에서 15점이 깎여도 단장의 근평 점수를 만점 가까이 받으면 총점에서 상위권에 속하게 된다”며 “직급승강제가 예술 노동의 특수성을 살리고, 조직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지만 정신적·심리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료‧선후배가 강등되어야만 내가 승급할 수 있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화합과 협력을 어렵게 만들고 단원들 간에 불화와 조직 인사 평가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악원 노조는 직급승강제 폐지를 골자로 한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모든 단원들의 직급을 7급으로 맞추고, 매년 실기 평가를 통해 직책만 새롭게 부여하자는 것. 또한 연말 성과급을 차등으로 지급해 조직원 개인의 발전을 꾀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문화예술지부 임성희 정책실장은 “예술단에 소속된 단원들은 당초 국악원에 들어올 때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오는 실력자인데, 얼마나 더 치열하게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평가를 통해 직책과 성과급을 부여한다면 충분히 동기부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악원도 직급승강제 폐지에 동의하지만,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려면 최소 7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 집행에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국악원 관계자는 “직급승강제 폐지 계획은 세웠지만, 현실적으로 예산이 뒤따라야 하는 부분이 있어 폐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정해진 정원에서 단원들끼리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사무국에서도 노조와 꾸준히 이야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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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parkeun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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