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은 유현목 감독의 유실작 <임꺽정>을 미국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이하 ‘의회도서관’)에서 발굴해 복원을 완료하였다. 한국 영화의 대표 걸작으로 꼽히는 ‘오발탄’(1961)과 같은 해 제작된 ‘임꺽정’은 1962년 장기 상영 2위를 기록할 만큼 당대 흥행작이자 유현목 감독의 드문 액션 오락 활극이다.
영상자료원은 2022년 의회도서관에서 이 작품의 유일본 35mm 필름을 발굴했으며, 이후 의회도서관과의 협업을 통해 4K 화질로 디지털 복원하였다. 복원된 ‘임꺽정’은 유현목 감독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유현목 탄생 100주년전: 시대, 장르, 실천’을 통해 6월 26일부터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일반 관객에게 최초로 공개한다.
■ 발굴 배경 및 경위
‘임꺽정’은 이러한 전략의 첫 결실로 2021년 북미 소재 자료 수집 연구와 2022~2023년 두 차례의 의회도서관 현지 방문 조사를 통해 이뤄낸 성과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의회도서관은 장서 및 소장 자료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이자 가장 오래된 국립 공공도서관 중 하나다. 2021년 북미 조사를 통해 영상자료원은 의회도서관에 소장된 1,800여 건에 달하는 한국 관련 영상자료 목록을 정리했고, 이 가운데 주요 작품들을 선별해 2022~23년 두 차례 현지에서 질산염 필름, 16mm, 35mm 필름 및 다수 비디오 자료들을 열람해 국내에 미보유된 주요 극영화 및 비극영화들을 찾아냈다. 그 결과, 영상자료원은 ‘임꺽정’뿐 아니라 유실작인 심우섭 감독의 ‘예산시악시’(1971)와 일제강점기 및 한국전쟁 전후 주요 기록 영상 22편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 수집 및 복원 과정
‘임꺽정’의 필름은 미국 버지니아주 컬페퍼(Culpeper)에 위치한 의회도서관 산하 패커드 영상음향보존센터(Packard Campus for Audio-Visual Conservation)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약 1,000만 건 이상의 영상·음향 자료를 보존 중인 세계 최대 수준의 보존 전문 기관으로,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지만 영상자료원과의 신뢰 관계를 통해 방문 및 열람이 허용되었다.
이번에 발굴된 필름은 1970년대 초까지 미국 내 상영을 위해 제작된 35mm 상영용 프린트로, 영화진흥공사 LA 사무소가 수집해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에 발굴된 필름은 국내외에 현존하는 유일본 프린트로, 우선적으로 수집 및 복원 대상이 되었고, 영상자료원은 2025년 의회도서관이 제공한 4K 스캔본을 바탕으로 디지털 복원 작업을 수행하였다.
유현목 감독 ‘<임꺽정’은 1962년 장기 상영 2위를 기록하고 약 10만 관객을 동원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으며, 필리핀 등지에 활발히 수출되기도 한 당대 최고 화제작이었다. 그러나 이후 필름이 유실되면서 작품의 실체는 오랫동안 확인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한국 영화사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오발탄’(1961)과 같은 해 제작된 이 작품은 유현목 감독의 드문 액션 활극 오락 영화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 감독의 초기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홍명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임꺽정’에는 임꺽정 역의 신영균을 비롯해 의적 박노식, 엄앵란, 허장강, 최무룡, 문정숙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사회 비판적 리얼리즘으로 잘 알려진 유현목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오락성과 액션성이 두드러지는 이례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2025년은 유현목 감독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로, 유실된 채 실체조차 확인되지 않았던 <임꺽정>의 복원과 공개는 감독의 영화세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한국 고전영화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다.

영화 ‘임꺽정’
감독: 유현목 | 제작연도: 1961년 | 상영시간: 120분
출연: 신영균, 문정숙, 최무룡, 엄앵란
조선 말기,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임꺽정(신영균)은 부패한 양반 사회에 맞서 민중 봉기를 이끄는 인물로 그려진다. 학정에 시달리는 백성들과 함께 청석골에 의적단을 조직한 그는 탐관오리를 처단하며 고통받는 민중의 편에 선다.
임꺽정의 동생 탄실(문정숙)과 그의 연인 용(최무룡)이 관군에 붙잡히자, 임꺽정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관아를 습격하지만 끝내 탄실을 잃고 만다. 대신 양주 목사의 딸 수련(엄앵란)을 납치하지만, 사적인 복수 대신 용서를 택하고 그녀를 돌려보낸다. 임꺽정을 잡기 위해 그의 친척들을 잡아들이자, 수련은 부친의 부당한 명령을 막기 위해 그의 청대로 포도대장에게 시집가기로 결심한다. 한편, 임꺽정의 소굴을 알아낸 포도대장은 습격을 준비한다.
1961년 ‘오발탄’과 같은 해 제작된 <임꺽정>은 유현목 감독의 드문 액션 오락 활극으로, 그의 장르 실험과 대중적 감각이 엿보이는 이례적 작품이다. 특히 사극 연출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하고자 했던 유현목 감독이 선택한 이 영화는, 화형 장면 촬영 도중 강풍으로 사고가 날 뻔했던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필름이 한동안 유실되어 실체조차 확인할 수 없었던 이 작품은 2022년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유일본 35mm 프린트가 발굴되어, 2024년 디지털 4K 복원 작업을 거쳐 2025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