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물든 체육계] 인권의 사각지대?…반복되는 폭력의 굴레, 무엇이 문제인가

2025-08-22

“운동선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인권이 강조되는 시대, 스포츠계는 예외다. 시계가 더디게 흘러간다. 2000년대 후반부터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여러 관계기간이 나섰다. 이들의 노력에도 현장의 체감 온도는 싸늘하다. 케케묵은 스포츠계 폭력 메커니즘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여전히 흙탕물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외침마저 공허하다. 치열한 경쟁과 과도한 훈련 속에서 선수들의 인권은 후순위로 밀려난 지 오래다. 대의를 위한다는 명목은 날카로운 가시가 돼 심장을 파고든다.

폭력의 일상화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사회다. 오랜 기간 세뇌당한 결과다.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곳에서 피해자들은 문제의식을 갖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인권위원회는 2019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꾸려 학생 선수들을 전수 조사했다. 14.7%가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 6.7%는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79.6%는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초등학생의 38.6%는 폭력을 당하고도 이를 자신의 잘못으로 돌렸다.

수직적인 위계질서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절대적인 권력자가 존재하는 탓이다. 지도자 혹은 에이스급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권력을 가진 소수가 개개인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쉽게 수면 위로 올리지 못한다. 동료들도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침묵한다.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되레 “나약하다”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막상 조사에 들어가도 발전되기 어렵다. 꼬리 자르기 식으로 끝나거나,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환경적인 부분을 꼬집는 목소리도 크다. 대표적인 부분이 합숙이다. 휴대폰 사용제한, 외출 제한, 두발 제한 등 과도한 생활수칙을 정해 구성원들을 압박한다. 학생들은 물론, 각종 아마종목서 아직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상우 멘탈 퍼포먼스 대표(스포츠심리학 박사)는 “과거엔 전지훈련을 가면 한 방에서 감독, 코치, 선수들이 같이 생활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적인 영역이 없다. 이런 것도 명백한 인권 침해다. 다행히 점점 좋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스포츠계 폭력은 중요 과제 중 하나다. 2016년 미국에선 이른바 래리 나사르 스캔들이 터졌다. 당시 전미체조협회 소속 국가대표팀 주치의였던 래리 나사르가 치료를 구실로 265명의 여자 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전미체조협회는 오히려 이를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은 독립기구인 세이프스포츠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법안을 만드는 등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폭력은 대물림된다. 과거 폭력을 경험한 선수는, 이후 자신이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해서든 끊어야하는 이유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갈 길이 멀다. 언론을 통해 조명된 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비슷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한 번에 다 바꿀 순 없다”면서도 “현 세대가 다음 세대로, 조금씩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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