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원로,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가 12일 한데 모여 지지부진한 개헌 논의에 쓴소리를 했다. 이재명 정부 1호 국정과제인 개헌의 구체적 방향과 시점 등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고, 지난달 초까지 구성하자던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직 국회의원의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는 이날 국회 의정관에서 분권형 권력구조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 시민단체 등 21개 단체가 참석했지만, 국회 의장단이나 여야 대표·원내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발제·토론자들은 정치권의 개헌 의지에 의구심을 품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개헌으로 바꿔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요즘에 드는 생각은 어떻게 가능하게 할 거냐다”며 “지금 우리 정치가 1987년 개헌 때처럼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속에서 개헌을 끌고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여야가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 맞춰서 일단 한 번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헌법학자이자 20대 국회에서 헌법 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으로 활동한 정종섭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20대 국회 때) 저 혼자서 다른 당하고 개헌을 논의해 어느 정도 합의점까지 갔는데,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해서 개헌 논의가 무산됐다”며 “개헌하면 대통령 할 맛, 국회의원 할 맛이 없어져서다. 정말로 국민을 위한 역할만 하면 쉽게 개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두환 헌법개정국민행동 상임공동대표도 “올해도 헌법 개정은 나가리될 것 같다. 필요한 조항 하나라도 개정했으면 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분권형 권력구조 개편을 위해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재명 정부의 개헌 방향은) 4년 중임제에 집중해 임기만 연장하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거나 다른 데로 제한하는 의도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교수는 “많은 권한을 실질적으로 지방정부에 부여하는 형태로 지방자치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양원제 도입을 통해 의회 권력의 균형과 견제를 이루자는 것이다. 충북지사 출신의 이시종 헌정회 헌법개정위원은 “대통령제 플러스 국회 단원제는 악마의 조합이다. 이런 형태의 많은 국가가 독재였고, 과거 우리도 그랬다”며 “상원에 정부 고위직 임용 동의권을 부여해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고, 상·하원 간 상호 견제로 국회 권력도 분산할 수 있다”고 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미국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메디슨은 ‘전제 군주보다 두려운 것은 입법 전제’라고 했다”며 “행정부와 입법부가 결탁해서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양원제라는 이중 브레이커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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