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우정의 종각 비석 LA시 ‘무허가’ 이유 철거

2025-05-20

주변 조경사업 진행 이유

한국 정치인들 세운 기념물

LA 인근 샌피드로 지역 ‘우정의 종각’ 주변에 한국 정치인들이 세웠던 수십 년 된 비석들이 갑자기 철거돼 논란이다. 철거는 관리 단체가 우정의 종각 주변 조경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우정의 종 건립 50주년 기념 사업회(임시회장 이가현·영어명 어네스트·이하 사업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LA시공원관리국으로부터 우정의 종각 인근의 비석 6개 중 3개를 철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철거된 비석 중에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1998년), 전두환 전 대통령(1981년) 등이 미국 방문 시 기념 식수와 함께 세운 비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는 사업회 측이 LA시에 비석에 대한 설치 허가 여부를 공식으로 문의하면서 비롯됐다. 사업회 이가현 임시회장은 “지난해부터 조경 사업을 준비 중이었는데 종각 주변에 여기저기 설치된 비석이 많았다”며 “LA시공원관리국에 비석들에 대해 문의를 했고 이한동 전 국무총리(2001년)의 기념식수 외에는 아무것도 허가받은 게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임시회장은 “당시 주먹구구식으로 한 거라서 시 절차를 어긴 부분이 있었던 것이고 (철거는) 이러한 점을 시정부가 확인해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회 측은 “본래 종각 주변에 총 6개의 비석, 구조물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업회에 따르면 이번에 철거된 3개 비석 외에도 나머지 3개 역시 곧 LA시가 없앨 예정이다.

이 임시회장은 “LA시가 생각보다 (철거 작업을) 빨리 진행한 것 같다”며 “비석이 철거된 자리에는 오는 31일에 캐런 배스 LA 시장 등과 함께 꽃을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회 측과 LA시의 비석 제거에 대해, 당시 관련이 있던 한인 사회 관계자들은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이수성 전 총리가 와서 기념 식수를 했을 때 LA평통 회장으로 있던 이영송 박사는 “수십 년 된 비석을 이제 와서 갑자기 철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래도 역사적으로 다 의미가 있는 비석들인데 이런 식으로 없앴다는 건 어떤 의도와 목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우정의 종각은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었다. 〈본지 2024년 7월 8일자 A-1면〉 종각의 낙후 상태가 심각한 데다 한국 정부가 추가 지원에 미온적 입장을 보이면서 방치될 위기에 놓였다. 또, 이를 관리하는 단체가 내홍을 겪으면서 둘로 나뉘기도 했다. 그중 한 단체가 이번에 조경 사업을 추진한 우정의 종각 건립 50주년 기념 사업회다.

이와 관련, 이전에 종각 보존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박상준 씨는 “지금은 50주년 기념 사업회가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조경 사업이나 비석 제거 등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지금은 종각 관리 등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철거된 비석에 대해 사업회 측은 LA시와 협의 중이다. 이 임시회장은 “일단 몇 개는 창고에 있는데 나중에 LA시와 처리 여부를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정의 종각은 지난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맞아 한국 정부가 선물했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아 뛰어난 경치와 역사적 상징성 때문에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김경준·송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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