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농협, 쌀소비 운동으로 농심(農心) 되살리다

2024-09-29

-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역대 최저...농업 근간 위기

- 농협, 범국민 쌀 소비 촉진 운동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역대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식습관 변화 등으로 쌀이 외면받으면서 3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쌀 산업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쌀 생산량이 날로 줄어드는데도 소비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남는 쌀은 가격 하락을 불러오고 농가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쌀이 찬밥신세로 전락했다지만 여전히 농업에선 중요한 품목이다. 전체 농업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단일 품목 가운데 가장 크다. 농가의 40%가량은 쌀농사를 짓는다. 쌀산업의 추락이 곧 농업 근간의 위기라고 말하는 이유다.

쌀은 우리 농업의 근간이자 식량안보의 핵심 작물이다. 쌀 산업을 지속적으로 지켜가야 할 이유다. /편집자 주

■영양의 보고 쌀

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양소는 탄수화물이다. 신체활동을 하기 위한 힘의 원천인 탄수화물은 쌀 영양성분 중 약 80%를 구성한다. 우리 뇌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포도당만을 양분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머리를 쓸 일이 많은 학생들은 탄수화물이 풍부한 쌀밥을 먹는 게 좋다.

쌀이 탄수화물이라고 무조건 살이 찌는 게 아니다. 쌀에 포함된 탄수화물은 단순당이 아닌 복합당으로 체내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탄수화물 중 포도당, 과당 등 ‘단순당’은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가 빨라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반면, ‘복합당’은 분해와 흡수되는 속도가 느리다.

흰쌀밥의 경우 식빵, 바게트빵 등 대부분의 빵류에 비하면 당지수가 낮아, 식이섬유가 풍부한 반찬과 함께 먹으면 급격하게 혈당이 상승하지 않는다. 또 천천히 소화되므로 포만감을 줘 과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쌀에는 탄수화물 외에도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다.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해 성장발육 촉진, 두뇌 발달,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 칼슘, 철 등 미네랄 성분도 풍부해 빈혈,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쌀눈과 쌀겨를 제거하지 않은 현미는 백미에 비해 비타민이 풍부하고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쌀 산업의 현주소

통계청이 지난 20일 발표한 80kg 정곡 기준 산지 쌀값은 17만4904원이다. 지난해 10월 수확기 평균 21만 556원이었던 산지 쌀값이 줄곧 내림세를 타면서 17만원대로 줄었다.

다음 달 수확을 앞둔 농가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25년 전 쌀값이 19만원인데 현재 17만원대로 떨어져 생산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7% 늘어난 388만여 톤에 이르렀고, 올해도 작황이 좋은 편이다.

농협은 올해 쌀 생산량이 379만~385만톤으로, 햅쌀 수요를 40만톤가량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농협 쌀 창고에 쌓인 재고도 8월말 기준 29만2000톤에 달해 지난해 대비 170.4% 상승했다.

쌀 재고는 늘어난 반면, 소비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어느새 1인당 돼지, 소, 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3대 육류 소비량 추정치는 60.6㎏으로 전년(59.8㎏)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으로, 전년 대비 0.3㎏ 줄었다. 1984년(130.1㎏) 이후 39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1963년(105.5㎏)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90년대 들어 빠르게 줄었고, 2019년부터는 50㎏대에 머물면서 2022년부터 3대 육류 소비량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도 154.6g으로 전년보다 0.6% 감소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즉석밥 보통 크기가 200~210g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 1인당 하루에 즉석밥 한 개 분량도 먹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농협은 ‘범국민 쌀 소비 촉진 운동’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 1000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해 ▲범국민 아침 먹기 운동 ▲쌀 수출·판매 확대 ▲쌀 가공식품 시장 활성화 등을 전사적으로 추진해 농협이 보유 중인 쌀 재고 약 5만톤을 소진하고,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60㎏까지 회복해 쌀값 안정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전북농협도 이에 발맞춰 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도내 쌀 소비 촉진을 도모하기 위해 도교육청, 기관단체, 기업체와 함께 아침밥 먹기 동참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북농협 김영일 총괄본부장은 “쌀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소비 습관의 변화 등으로 인해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어 재고가 늘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산지 쌀값의 하락으로 쌀 생산 농가의 어려움 또한 가중되고 있다”며 “전북농협은 산지 재고 과잉 및 쌀 소비 감소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농촌의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도내 유관기관들과 협력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먹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생명의 수도 전북특별자치도의 들판에 벼들이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는 계절이 왔다. 풍년을 기원하는 황금 들녘의 기쁨이 모든 도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전북농협 7000여 임직원은 오늘도 한 발 더 내딛으며 정진하고자 한다”며 “우리 전북쌀 소비를 위해 매우 간단히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아침밥부터, 나부터, 우리 가족부터, 범도민이 함께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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