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공감] 청년에게 직업이란

2024-10-17

학생과 사회인의 기준은 직업을 가지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일 것이다. 나의 몸과 마음을 건사하며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간다는 것, 독립과 생활력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수입, 즉 직업이다. 학생 신분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면 직업을 가지고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비를 스스로 벌며 생활비를 해결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우리의 삶은 시간 단위로 계산되는 비정규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시급보다 더 안정적인 수입이 요구된다. 멋지게 살아 보고자 소신도 좋고 꿈도 좋고 행복 추구, 다 좋은데 무엇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따박따박 들어올 월급, 혹은 그에 상응하는 목돈이 필요하다. 관심 있는 분야를 정하고 그에 대한 공부와 준비를 한 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고 싶은데, 적성과 성공이 이어지는 일은 쉽지 않다.

사회인에게 직업은 꿈을 이루는 목표라기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직업을 갖고 돈을 버는 일은 적성을 살려 행복하게 하는 활동이라기보다는 반강제적이며, 능력에 대한 대가를 받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로서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수다. 직업은 다양해지는 추세라 여러 가지 중에 고를 수 있으니 선택이긴 한데,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고르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보통의 직장인들은 한 달 동안 출근하고 퇴근하고, 익월 특정 일자에 월급이 들어온다. 그런데 들어왔다는 말이 무색하게 스쳐 지나간다. 그동안 쓴 카드값과 각종 공과금, 수도세와 전기요금 등 한 달 동안의 생활비가 계산되어 빠져나가고 없다. 일은 분명 내가 했는데 그 월급의 주인은 누구인지, 지난달의 나는 왜 그렇게 막 쓰고 막 긁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실제로 카드 명세서를 다시 훑어봤을 때 정확하게 기억나는 소비가 없는 건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최근 고3 학생이 작가가 되고 싶다며, 직업으로서의 작가에 대해 묻고 싶다고 진로 상담을 요청했다. 청년들의 고민 상담은 언제든지 환영이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작가의 수입은 매우 한정적인데, 작가라는 직업을 꿈꾸라 말해도 되는지, 작가의 수입으로 연애하고 집 사고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글쓰기를 놓지 말라고 말해도 될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말해줘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 회사를 다니거나 사업을 운영해도 마찬가지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라 직업이 있어도 역시 또 다른 직업을 고민해야 한다. 많은 경험을 해본 후 결정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많은 경험 역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더구나 숨만 쉬어도 소비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는 아침, 저녁으로 성실하게 출, 퇴근하고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야 하니, 여유는커녕 미래 준비는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나.

청년들에게는 그 어떤 곳도 종착지가 아니며 지금이 무언갈 이루어가는 과정이라 스스로 믿으면, 그 어떤 것도 실패가 아니다. 직업으로, 그래서 돈으로 삶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말길. 작은 성공을 소중하게 모아 잘 기억하는 게 어쩌면 내 삶의 진짜 행복일지도 모를 일이니까. 좋은 직업 가진다고 삶이 안정되는 건 또 아니더라고.

김현주 울산 청년 작가 커뮤니티 W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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