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한나라 초기 사회·경제 발전의 성과, 전쟁으로 파탄”
평소 간첩신고 독려와 대비…지도부 경기 부양 기조 반영한 듯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가 한나라 무제 시대를 예로 들며 ‘전쟁이 나라를 파탄에 빠뜨린다’는 내용의 글을 공식 계정에 올렸다. 호전적 대외 정책이 경제에 해를 끼쳤다고 경계하는 내용으로, 간첩신고 등 선제적 안보위기 대응을 강조하던 기존 게시글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 공식 계정에 ‘한 왕조: 경제흥망과 국가안전의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한나라를 ‘경제와 안보 간의 관계를 조율하지 못한 사례’로 언급했다.
이날 글은 한 무제(재위 기원전 141년~기원전 87년) 시기를 다뤘다. 글은 진시황의 폭정에서 교훈을 얻은 한 왕조의 역대 황제는 농업, 상업 등을 중시하며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재정지출도 줄였다고 전했다. 특히 문제(재위 기원전 180년~기원전 157년) 시기 토지세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농민의 부담을 덜고 자영농을 양성하는 정책이 한나라 초기의 사회·경제 발전을 가속화했다고 했다.
반면 문제의 손자인 무제 때는 수년에 걸친 대규모 전쟁으로 막대한 군사비와 재정을 지출해 국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상인과 수공업인에게 높은 세금을 매겨 상공업이 몰락했으며, 전쟁으로 인구가 감소해 생산력이 쇠퇴하고 나아가 왕조의 쇠퇴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한 무제가 흉노와 전쟁을 시작하고 대규모 서역 원정에 나선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한은 50년가량 전쟁을 벌인 끝에 건국 초 조공까지 바치며 달래야 했던 흉노를 끝내 복속시켰다. 그의 원정을 업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글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국가안전부는 “경제안보가 국가안보의 근간이며, 지속적이고 건전한 경제발전을 추진해야만 국가의 번영과 부, 인민의 행복과 복지, 사회의 조화·안정을 위한 물질적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며 “(선제적 조치로) 각종 위험을 예방하고 국가 경제안보를 수호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글을 끝맺었다. 평소와 최종 결론은 같지만 ‘선제적 조치’가 경제발전이라는 점이 다르다.
국가안전부는 평소 SNS에 간첩 검거 사례나 반간첩법 내용, 해외의 대중국 견제 사례 등 외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게시글을 올려왔다. 역사 관련 글도 종종 올렸는데, 이 역시 고대 왕조 시절에도 간첩 색출 등 안보가 왕조 흥망성쇠에 중요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평소 올리던 글과 다소 결이 다른 이날 글은 중국 지도부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는 기조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최우선 경제 목표를 내수 진작으로 정하고 지난 16일 소득 증대, 소비 촉진 등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