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완수사 주체를 두고 수년간 표류해 온 감사원 국장 뇌물 수수 사건을 결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중앙지검에 송부됐던 사건을 공식적으로 이첩받지 않고, 별도의 사건으로 새로 입건해 추가 수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졸속 입법이 낳은 예견된 혼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사건은 감사원 국장이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공수처가 2021년 10월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현행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공수처는 2023년 11월 사건을 검찰에 공소제기 의견으로 송부했다.
문제는 송부 이후 절차였다. 공수처 송부 사건의 보완수사 주체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사건은 곧바로 기관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024년 1월 “공수처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에도 별다른 보강 수사 없이 사건을 떠넘겼다”며 재수사 취지로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이후 사건은 양 기관의 대치 속에 사실상 멈춰 섰다.
한때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거쳐 사건을 처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실제로 2024년 11월 무렵에는 검찰이 사건을 정리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법원은 당시 “검찰이 공수처 송치 사건을 보완수사할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 역시 같은 취지로 두 차례 기각된 바 있어, 공수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법리상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이 재확인된 셈이다.

이첩 없이 추가 수사… 전례 없는 절충안
결국 공수처와 검찰은 최근 지휘부 협의를 거쳐 공수처가 다시 수사에 나서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다만 검찰로부터 사건을 공식적으로 이첩받는 방식이 아니다. 사건 기록만 확보해 공수처가 별도의 사건번호를 부여한 뒤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검찰에 넘기는 방식이다.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할 경우 검찰이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고, 이는 자칫 검찰과의 지휘·종속 관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보관 중이던 사건 기록을 복사해 왔으며, 자체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첩 없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양 기관은 조만간 협의를 통해 추가 수사의 범위와 쟁점 정리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라는 비판이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보관 중인 사건을 공수처가 기록만 받아와 새로 입건하는 것은 통상적인 수사 절차로 보기 어렵다”며 “동일 사건에 대한 이중 수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향후 피고인이 절차적 위법성을 충분히 다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건 자체를 경찰로 이첩해 보완 수사를 거친 뒤 다시 송치받는 구조와도 다르다는 것이다.
"졸속 입법이 낳은 문제…입법 보완 필요"
“졸속 입법이 낳은 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과 공수처의 판단이 엇갈릴 경우 이를 조정할 절차가 법에 세밀하게 규정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공수처의 기소권을 수사 범위와 일치시키는 방향의 입법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최소한 수사기관 간 이첩이나 보완수사 권한 문제만큼은 대통령령으로라도 정리했어야 했다”며 “아무런 보완 장치 없이 제도를 출범시킨 데서 비롯된 예견된 혼선”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검찰청 폐지 등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런 식의 졸속 입법이 반복되면 수사 체계의 혼선과 국가의 범죄 대응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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