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3대 극우 갤러리’
파면 전엔 함께 ‘윤 어게인’ 외치다
지금은 서로 ‘좌파에 점령’ 비난
“보수 가치 고민 없이 진영 싸움만”

극우 커뮤니티들이 대선을 앞두고 분열하고 있다. 12·3 불법계엄을 계기로 결속했던 이들은 이제 서로를 ‘좌파에 점령당한 배신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미국정치갤러리(미정갤), 국민의힘갤러리(국힘갤), 국민의힘 비대위갤러리(빋갤)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3대 온라인 공간으로 불렸다.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은 반대해 ‘내란 3갤’이란 오명도 얻었다. 경향신문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달 4일부터 29일까지 각 게시판의 추천 수가 많아 상단에 노출된 글 250여개를 분석했다. 파면 전엔 한목소리를 낸 이들이 이제 서로를 조롱하고 비난하며 분열하고 있다.
각 커뮤니티는 ‘진짜 윤석열 지지자’ ‘진짜 보수’임을 주장하며 앞다퉈 정통성을 내세웠다. 의견이 다른 갤러리엔 “화짱조”(화교와 ‘짱깨’의 합성어), “지능 달리는 장애인” 등 혐오 표현도 쏟아냈다. 주류 의견과 다른 글을 썼다는 이유로 IP를 차단당했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힘갤 이제 안 간다” “그나마 믿던 미정갤마저 스탠스가 지X 났다” 등 커뮤니티 이탈 현상도 나타났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만 해도 이들은 ‘윤 어게인’을 함께 외쳤다. “가짜 국회를 해산하고 윤석열을 다시 대통령으로 세워야 한다”는 구호는 신념처럼 공유됐다.
하지만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자 이견이 드러났다. 강경파는 대선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의힘을 ‘민주당 2중대’로 간주하며 극단적 정치 불신을 보였다. 이들은 부정선거 폭로만이 해법이라며 황교안 후보를 지지했다. 현실을 인정하며 김문수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쪽도 나왔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갈등은 정점에 달했다. 한덕수 전 총리가 부상하자 국힘갤은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미정갤과 빋갤은 “헌재 결정을 인정하고 대선만 외친다”며 반발했다. 지난달 25일 미정갤에는 “(국)힘갤은 짭윤(가짜 윤석열 지지자) 모임” “좌파 택갈이”(변절자를 비하하는 표현) 등 조롱 글이 올라왔다. 국힘갤에서도 “빋장연(빋갤+전장연) XX들 표 버리고 소설 쓰며 ‘그래도 황교안’이란다”(5월9일)라면서 맞불을 놨다.
극우의 분열 원인은 진영 논리에 의존해온 보수의 특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보수의 고유 가치에 대한 고민이나 성찰이 있다면 불법계엄과 헌법 가치를 무시한 윤석열은 손절해야 한다”며 “진영 논리에 따라 무조건 옹호하니 내부에서도 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