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반려(伴侶) 시대다. 사람과 동물, 사람과 식물이 가족이나 친구처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위안을 얻는 것이다. 도시 집중과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pet+ family)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를 넘었고 반려인은 150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아파트나 공원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오거나 개모차(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펫팸족은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금붕어, 거북이, 파충류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또 최근에는 반려식물(pet plants)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른바 식집사(식물 + 집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반려식물'을 인간과 서로 짝이 되어 교감하며 살아가는 특정한 식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의존형 반려식물'과 '독립형 반려식물'로 구분한다. 의존형은 화분 등에 심어 실내나 마당에서 관리받는 식물이며, 독립형은 정원이나 숲속 등 자연에서 살아가는 식물을 말한다.
반려식물은 반려동물과 달리 돌봄이 번거롭지 않고 실내 환경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심리적 안정과 더불어 책임감과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공기 정화, 인테리어 효과도 탁월하다. 식물이 성장하고 시들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삶을 성찰할 수도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전국 단위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성인 중 34%가 반려식물을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인구수로 환산하면 약 1745만 명에 달한다. 국민 3명 중 1명 꼴이다. 조사 결과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가 37.2%(649만 명)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60대 이상 34.6%(603만 명) 순이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장소는 실내가 90.2%로 가장 많았다. 마당·화단(13.2%), 정원·공원(10.7%), 숲(1.2%)이 그 뒤를 이었다. 반려식물 산업 규모는 식물 자체 산업이 1조1856억 원, 화분·배양토·영양제 등 연관 산업 시장이 1조2359억 원으로, 총 2조42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흥미로운 것은 식물도 동물과 같이 자기표현을 한다는 점이다. 가령 상추를 짓이기는 행동을 한 후, 다른 상추에 그 사람의 입김을 불어넣었을 때 식물에서 방출되는 메틸자스모네이트라는 물질이 20% 증가했다. 병해충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았을 때 방출량이 늘어나는 물질이다. 좋은 기운을 주면 식물도 좋아하고, 나쁜 기운을 주면 식물도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식물도 감정이 있어서 인간과 교감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결과다.
또 올들어 LG전자가 실내 식물 재배기에 인테리어 소품을 접목한 ‘식물생활가전’을 선보였다. 스탠드 조명 중간 부분에 식물을 재배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에서 공개했다. 반려식물의 진화다. 봄은 반려식물을 키우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작은 화분에 하나라도 키워보면 어떨까.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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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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