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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6일 찾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유니트리 본사는 입구부터 로봇을 직접 보려는 일반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유니트리에서 개발한 4족 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정밀하게 움직일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유니트리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와 함께 항저우를 대표하는 6대 유니콘 기업인 ‘육소룡(六小龍)’으로 불리는데 최근 왕싱싱 유니트리 회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최한 민간기업 좌담회에 참석해 직접 발언까지 하면서 위상이 더 높아졌다. 루시난 유니트리 마케팅 매니저는 “춘제 이후 방문 문의가 몰려 전부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까지 로봇에 열광하게 만든 중국의 로봇 산업 육성책이 결국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중국을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펴낸 휴머노이드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지난해 중국은 35개의 모델을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베일을 벗은 총 51개의 모델 중 68.6%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유니트리·유비테크·즈위안로보틱스·로보테라·케플러·푸두로보틱스 등 27곳의 중국 업체가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을 쏟아냈다. 유니트리의 ‘G1’은 약 2000만 원에 불과해 이달 12일 징둥닷컴에서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됐다. 반면 한국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동형 양팔 로봇 ‘RB-Y1’ 출시로 간신히 체면을 살렸다. 한국이 중국에 비해 로봇 상용화 시점이 한참 뒤처졌다는 얘기다.
로봇 원천 기술도 중국이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관련 국제 특허 출원 횟수는 5590회로 전 세계의 55%에 달했다. 미국이 1442회로 뒤를 이었으며 다음으로 일본(1095회), 한국(322회), 대만(188회), 독일(69회) 등의 순이다. 양적 측면으로 따졌을 때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장은 “서비스 로봇,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 등 기능에 따라 나눠졌던 로봇 산업의 경계가 다기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을 기점으로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로봇 산업이 자동차 이상으로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