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랜드, 영화를 넘어 이야기가 쌓이는 곳 [공간을 기억하다]

2025-03-14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무비랜드가 만든 영화적 순간

영화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2024년 성수동에 색다른 극장이 문을 열었다. 모베러웍스(MO BETTER WORKS)가 만든 무비랜드다. 극장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아니다.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곳, 그리고 영화 애호가들에게 아늑한 아지트를 제공하는 곳이 바로 무비랜드다.

무비랜드는 단일 상영관(30석)으로 운영되며, 최신 개봉작 대신 매달 모베러웍스가 선정한 큐레이터가 직접 고른 작품을 상영한다. 지금까지 신우석(돌고래유괴단 감독), 배우 박정민과 이제훈, 코미디언 문상훈, 디자인 듀오 신신, 뮤지션 김오키, 만화가 마영신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큐레이터로 참여하며 무비랜드만의 독창적인 영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영화 큐레이션에 앞서 영화를 고르는 큐레이터 선정부터 공을 들인다.

"큐레이터는 무비랜드 팀에서 평소 궁금하고 좋아하는 분들을 사심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 외에도 큐레이터에 따라 이벤트를 다르게 변주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뮤지션 김오키와는 연주회를 열었으며, 배우 이제훈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큐레이션 상영 외에도 반스, 컨버스, 토스뱅크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여 이벤트를 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커피 머신 브랜드 라마르조코와 커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시음회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오는 3월 29일, 이번 큐레이터인 박시영 포스터 디자이너와 영화 포스터를 주제로 토크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1층에는 굿즈샵과 스낵샵, 2층에는 대기 공간과 화장실, 3층에는 상영관이 자리 잡고 있다. 공간 곳곳에는 무비랜드만의 정체성을 담은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손으로 빚어 만든 세라믹 월(Wall), 나무를 깎아 만든 조형물 등 '수작업'의 요소들이 많습니다. 수작업이기에 정교하지는 않지만, 만드는 사람의 미세한 떨림과 개성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작업 과정 자체가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호 대표는 무비랜드가 관객들이 영화와 더욱 깊이 교감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꿈꾼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남길 바라며, 공간을 채우는 모든 요소에 의미를 담았다.

"영화를 관람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그 전후의 시간까지도 확장된 영화적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예매를 결심하는 순간부터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고,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사운드트랙을 들으며 관련 서적을 읽고, 영화를 고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취향을 느끼는 것, 영화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것, 티켓이나 리플렛을 모으는 행위까지 이 모든 것이 총체적인 영화적 경험이 되어 오랫동안 기억에 각인된다고 생각합니다."

무비랜드는 개관 이후 관객들에게 서툴더라도 솔직한 모습으로 진정성 있는 접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무비랜드를 찾는 관객들과도 가까워졌다. 극장을 방문하는 관객들에게 관람을 넘어 하나의 추억이 되길 바라는 무비랜드지만, 때론 관객들로부터 좋은 추억을 선물받기도 한다.

"얼마 전 개관 1주년을 맞았는데요. 손님들로부터 케이크, 꽃, 떡, 빵 등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무비랜드 덕분에 자주 즐겁다는 손편지도 받았는데, 손님들로부터 이런 응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담는 그릇, Story Archive Platform'은 무비랜드를 만들 당시 설정한 목표다.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자들의 시선, 그리고 관객들의 목소리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를 바랐다.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터와 브랜드를 무비랜드에 모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이 공간에 쌓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관객분들에게 무비랜드가 무수한 이야기가 쌓여있고, 때로는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를 때 찾을 수 있는 도서관 같은 곳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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