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부발전의 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로 일했던 고 김충현씨와 동료 노동자들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약 77%에 달하는 노무비를 떼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분야에 투입돼야 할 비용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10일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서부발전(원청)이 한전KPS(1차 하청)에 지급한 1인당 인건비는 약 1억3600만원이었으나 하도급 업체인 한국파워오엔엠(재하청)을 거쳐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액수는 4708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서부발전이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노무비 지급현황 등 자료를 보면, 서부발전은 한전KPS에 132명에 대해 212억원 수준의 노무비를 정산했다. 여기서 통상적인 이윤과 관리비 등으로 15%를 제외하고 평균을 내면 1인당 인건비는 약 1억3600만원이 된다.
한전KPS는 한국파워오엔엠(기계분야)에 직접노무비와 간접노무비를 합해 25명에 대한 인건비로 약 14억4500만원, 1인당 5780만원가량을 지급했다. 노동자들은 여기서 20%가량이 더 줄어든 약 4708만원의 급여를 연평균 받았다. 1차→2차 하청 단계에서 7820만원(58%)이 줄었고, 2차 하청→노동자에게 지급될 때 1072만원(19%)이 더 줄어 총 8892만원(77%)의 삭감된 셈이다.
한전KPS의 다른 하청업체인 삼신(전기분야) 소속 노동자들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서부발전(원청)이 지급한 1인당 인건비 약 1억3600만원이 한전KPS(1차하청)에서 6308만원으로 줄었고, 삼신(2차하청)에서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땐 5843만원으로 감소했다.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총 7757만원(61.3%)이 증발했다.

한전KPS는 매년 하청업체와 1년 단위로만 쪼개기 계약을 맺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은 항상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동료들과 일하면서도 이름만 바꾼 새로운 회사와 새롭게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고 김충현씨도 2016년부터 서부발전에서 일해왔지만, 6개월에서 2년 주기로 소속 업체가 바뀌며 9년간 9곳과 근로계약을 맺었다. 한국파워오엔엠의 부사장은 한전KPS의 간부 출신이었고, 삼신의 설립자도 한전KPS 퇴직자로 현재는 가족이 이어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하청 노동자들은 끊임없는 고용불안과 임금 착복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부터 서부발전에서 일한 정철희씨(42)는 “계약서상 16년 동안 15곳의 회사에서 근무했다”며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니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이 심했고, 은행에서 대출 등을 받을 때도 제약이 커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전KPS의 업무지시와 지휘·감독하에 일했고, 한전KPS의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재계약도 되지 않았다”며 “10년을 넘게 일했어도 경력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매년 계속 신입사원이 돼 신규 수준 임금을 받았다”고 했다.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모두 한전KPS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직접고용을 지시한 상태다.

2018년 김용균씨의 사망 이후 정부와 여당은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 대한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또 발전 5개사와 발전소 시설을 정비하는 경상정비 하청업체 8곳은 노무비 전용 계좌를 이용해 노동자에게 임금을 직접 주는 ‘적정노무비 지급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그러나 발전소의 경상정비 하청업체 중 유일한 공기업이었던 한전KPS는 당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용균씨 역시 원래 52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야했으나, 그가 실제로 받은 급여는 22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균·김충현 노동자는 모두 원래 받아야 할 임금보다 절반 이상 훨씬 적은 급여를 받으며 위험한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6일 사고가 발생한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피해자들도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지부장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발전소 하도급 구조를 없애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직접고용 밖에 답이 없다”며 “하도급을 엄격히 제한하고, 꼭 외주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노무비는 노동자에게 직접 지불해야한다”고 했다.
허성무 의원은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절반이 중간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공기업부터 임금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