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취지 무너진 알뜰주유소’ 전주 현장도 ‘알뜰이 더 비싸다’

2025-11-23

전국적으로 알뜰주유소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전북에서도 ‘알뜰이 더 비싸다’는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값싼 기름’을 표방하며 도입된 제도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주시내 알뜰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천694원이었다.

최저가는 1천675원, 최고가는 1천718원까지 형성됐다.

반면, 전주시내 보통휘발유 최저가는 효자동 한 일반 셀프주유소(1천673원)로 기록됐다.

여기에 PB(자가상표) 주유소(1천669원)까지 종합하면, 알뜰주유소의 ‘알뜰’이라는 의미는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운전자들의 체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주시내 최저가 주유소 대부분은 정유사 상표의 일반 셀프주유소가 차지하고 있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알뜰주유소가 인근 일반주유소보다 30원 이상 비싼 사례도 확인됐다.

박모(28)씨는 “요즘은 지도 앱에서 가격이 다 보이니까 제일 저렴한 곳으로 가게 된다”며 “10원만 더 싸도 단골이 되는 게 주유소인데, 알뜰은 이제 이름값을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모(24)씨도 “세차나 포인트 적립, 카드 할인까지 따져보면 체감 가격은 일반 셀프가 오히려 더 싸다”며 “알뜰 간판이 붙어 있어도 최저가가 아니라서 굳이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제도 설계가 시대 변화와 맞지 않게 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한국자원경제학회 주관으로 열린 ‘알뜰주유소 정책의 한계와 과제’ 토론회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제기됐다.

김형건 강원대 교수는 “알뜰주유소의 가격 인하 효과는 도입 초기 대비 크게 떨어진 상태”라며 “석유 수요가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구조에서 ‘박리·저가 공급’만 유지하면 시장 왜곡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연재 숭실대 교수도 “반경 2km 내 알뜰주유소가 있을 경우 일반주유소의 퇴출 위험이 약 2.5배 높아진다”며 “단기 가격 인하만을 이유로 정책을 유지하기보다는, 장기 시장 구조에 맞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정책 조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반·알뜰주유소가 함께 지속될 수 있는 시장 친화적 구조로 가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소비자 후생과 물가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균형 있게 고려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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