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닌 왕의 집무실 같다”…트럼프 취향 따라 바뀐 오벌 오피스

2025-03-17

“대통령이 아니라 왕의 집무실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집무실 ‘오벌 오피스’의 변화를 두고 나오는 평가다. CNN은 16일(현지시간) “집무실이 금빛 갤러리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바뀐 모습의 오벌 오피스를 소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황금색 장식품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카메라에 잡히는 벽난로에 커다란 금빛 장식이 추가됐다. 벽난로 위로도 7개의 황금색 조각상이 늘어서 있다. 금박을 입힌 거울도 걸었다. 심지어는 TV 리모컨도 금으로 싸여져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응접실 테이블 위에 놓인 ‘TRUMP’라는 글씨가 새겨진 황금색 문진은 종종 컵받침으로 착각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를 볼때 사용하는 ‘결단의 책상’ 뒷편에도 황금색 FIFA 월드컵 트로피 복제품이 전시돼있다.

벽에 걸린 그림들의 숫자도 많아졌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하거나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전직 미국 대통령들의 초상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는 6점만 걸려있었지만 지금은 총 20점이 걸려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형 유화가 집무실 책상 오른편에 새로 걸렸고, 벽난로 위에는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가 자리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히 카탈로그를 뒤적거리며 초상화를 선별했다고 한다.

CNN은 “트럼프는 오랫동안 자신의 사무실을 업무 공간이자 ‘쇼룸’으로 여겨왔다”고 보도했다. 수십년간 사무실로 써온 뉴욕의 트럼프 타워 26층에 있는 공간도 창가와 테이블이 각종 장식품으로 빼곡하다고 한다. 사업가 출신으로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과시적인 성격이 집무실 공간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도 175만 달러(약25억3000만원)를 들여 오벌 오피스를 포함해 백악관 웨스트윙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전직 백악관 관계자는 “모든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를 장식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은 대통령 같지 않고, 오히려 왕의 방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말은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돌아올 때마다 집무실 등에 놓일 새로운 장식품 등을 가져온다고 한다. 이 때문에 CNN은 “모든 변화는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자택을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마러라고 자택에 있는 만찬장을 본따 백악관의 남쪽 경내에 있는 ‘사우스론’에 새로운 연회장을 건설하고 싶어한다고 CNN은 보도했다. 마러라고 사저의 만찬장 역시 프랑스 베르사유 궁의 ‘거울의 방’에서 영감을 받아 화려하게 지어졌다.

역대 대통령들이 주요 발표와 기자회견 때마다 이용한 로즈가든도 마러라고 스타일로 개조하는 공사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로즈가든의 일부 잔디를 들어내고 콘크리트를 부어 좌석 공간을 조성하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관계자들과 공사 논의를 마쳤다고 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CNN에 “오벌 오피스등 내부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다”며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공간을 재구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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