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차이나-동행을 위한 한중 협력] 12. “인천, 한·중 신산업 분야 상생 협력 산실로”

2024-07-04

[이재준 한국국방연구원]

中, 첨단기술 연구개발 경쟁력 갖춰

유전체 분석기술도 최상위 수준

우리기업 기존 비즈니스 발상 전환

첨단 기술기업과 인력 유치 확대

인천, 인프라 구축…경쟁력 충분

혁신경제 성장 동력 구축 모색을

3국 정상회담. 한중 협력 다시 불 지펴

한일중 정상회담이 지난 5월 26일 서울에서 열렸다. 2019년 12월 청두에서 3국 정상회담이 열린 후 5년 만에 재개된 뜻깊은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서 문화·관광·법률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의 교류, 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의 논의를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다시 가동하며,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도 하였고, 더불어 수소협력강화체 설립도 밝혔다. 특히, 리창 중국 총리는 “경제무역에서 과도한 범정치화와 범안보화를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모두 경제 협력만이 공동의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는 그간 얼어붙은 한중 관계를 다시 뜨겁게 불씨를 지피는 외교적 성과임은 분명하다. 다만, 한일중 정상회담에서는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에 대해서는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적 中 과학기술 경쟁력 직시해야

중국은 첨단기술 연구개발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파격적인 대우로 각국의 우수한 이공계 연구 인력들을 중국으로 흡수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2014년부터 연구 성과 등을 분석해 세계 대학과 연구기관들의 순위를 '네이처 인덱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해 오고 있다. 2024년 네이처 인덱스의 대학·연구기관 순위에서 중국 대학과 연구기관은 10위권 안에 7곳이 들어갔으며, 중국과학원은 미국 하버드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유달리 중국을 여전히 우리의 추격자로 경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주요 첨단 과학 분야에서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부상했다. 유전 공학, 양자 기술, 우주 탐사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중국과학원은 영장류 동물로는 처음으로 원숭이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유전체 분석 기술도 최상위 수준이다.

미래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양자 통신과 양자컴퓨터 등 양자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적 수준이다. 2027년에는 길이 100㎞ 규모의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를 착공한다. 그리고 달에 우주선을 보내 세계 최초 달 뒤편 토양 표본을 채취했다. 호주 국가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글로벌 핵심기술 경쟁 현황' 자료를 보면, 중국은 64개 첨단기술의 국가별 경쟁력 순위에서 AI, 우주·항공, 배터리 등 53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단 한 분야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 정부, 첨단기술 중심의 성장에 방점

지난 3월 개최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당국은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을 통해 산업의 혁신과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경제가 직면한 소비 부진, 부동산 경기 위축 등에 대응한 급진적인 경기 부양책 보다는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과 기술혁신을 위한 산업정책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새로운 질적 생산력의 핵심 방향은 지난 40년간 전통적인 제조 중심의 경제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중심의 스마트화·디지털화·네트워크화 경제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관행 탈피, 기술·인력 유치 고민해야

중국은 이공계 분야의 연구개발에서 이미 세계 수준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 기업이 첨단기술과 자본을 갖고 중국에 진출해 상품을 만들고, 중국 시장에 판매한다는 과거의 발상을 전환할 필요도 있다. 첨단기술을 갖춘 중국 기업과 이공계 인력이 한국에서 기업 활동과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같은 점에서 지난 6월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과학기술 협력 공동위원회'의 의미가 크다. 한중은 양국 과학기술 협력을 위해 수교 이듬 해인 1993년부터 매년 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협력 프로그램을 발굴하여 추진해 왔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 등으로 인해 4년 5개월 동안 열지 못했던 공동위원회를 재개한 것인데, 양국 과기부 장관은 한중 산학연 실용화 공동연구 강화와 과학기술인 인적교류 확대 등에 합의했다.

인천을 한중 혁신경제 협력의 요람으로

인천시는 한중 과학기술 혁신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양국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적극적인 중국 기술기업, 전문 인력 유치로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제 경제성장은 인공지능의 핵심 기반이 되는 부품을 만드는 '엔비디아'처럼 첨단기술을 갖춘 기술기업에 달려 있다.

인천시는 이미 해외 첨단기술 기업과 인력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송도, 영종, 청라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송도는 비즈니스 IT와 바이오, 영종에는 물류, 관광, 청라는 업무·금융·관광레저·첨단산업으로 특화해 동북아 경제중심을 실현한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국제학교, 국제병원, 외국인 전용 주거단지, 레저문화시설, 쇼핑센터 등 외국인이 살기 좋은 거주 환경을 구축해 오고 있다. 이런 지역 인프라는 중국의 첨단 기업의 투자와 진출, 그리고 연구기관과 인력 유치에 매력적인 조건이다.

인천시와 경제산업 관련 공공기관은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데 주요한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으로의 진출만을 바라는 기존의 전통적 비즈니스 관행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한 발짝 더 나아간 분야의 첨단 기술기업과 인력을 유치해 혁신경제 성장의 동력을 구축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천이 한중 신산업 분야 협력의 요람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국방연구원에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엘리트 정치, 중국 군사안보 및 북중 관계이다.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및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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