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哪吒2)’가 8일 세계 단일 영화시장 흥행 1위 기록을 달성했다. 너자2로 최소 1억3500만 위안(약 269억원)을 벌어들이며 중국 최고의 흥행감독 반열에 오른 자오쯔(交子·45)의 인생 역전 스토리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80년 중국 서부 쓰촨성의 변두리 루저우(瀘州)에서 태어난 자오쯔 감독의 본명은 양위(楊宇)다. 필명인 ‘자오쯔’는 만두를 뜻하는 중국어다. 평소 만두를 즐겨 먹어 필명으로 쓰게 됐다고 한다. 9일 홍콩 성도일보 등에 따르면 지역 명문대인 화시(華西)의과대학 약학원(현재 쓰촨대학 의학원으로 바뀜)을 졸업한 그는 대학 3학년 때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졸업 후에는 광고회사에 취직해 1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퇴사 후 자오쯔는 어머니 집에서 ‘캥거루족’으로 3년 반을 보냈다. 2008년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인이 만든 가장 뜨거운 오리지널 단편 애니’라고 평가한 16분짜리 단편 ‘씨스루(See Through)’를 홀로 제작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중국 안팎에서 30여개의 상을 받았다.
어머니와 지내는 동안 자오쯔는 매달 1000위안(약 20만원)에 불과한 퇴직 연금에 의지했다. 집의 거실·침실·화장실로 이어진 선만 오가는 ‘3점1선’ 생활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어머니는 자오쯔를 무한 응원했다. 너자2에서 “뼈를 깎아 아버지께 돌려드리고 살을 베어 어머니를 살린다”는 ‘척골환부 삭육환모(剔骨還父 削肉還母)’의 옛 이야기를 각색해 부모와 너자의 사랑을 묘사한 것도 어머니와 관련이 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나의 진짜 감정과 경험을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오쯔는 10년의 잠복기를 끝내고 2019년 ‘너자1’을 연출했다. 너자1은 소설 ‘봉신연의’에 나오는 캐릭터를 이용하고 불교와 도교의 신화를 합친 스토리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최종 흥행 수익 50억 위안(9979억원)으로 역대 중국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했다. 너자2는 1편보다 3배 많은 주연 캐릭터와 1900개 이상의 특수효과로 무장해 개봉 9일 만에 영화 ‘장진호’가 50여일 만에 세운 흥행 기록까지 갈아 치웠다.
백악관·펜타곤·달러…'반미 코드'가 흥행 한몫
너자2의 흥행에는 작품 곳곳에 숨은 ‘반미(反美)’ 풍자 코드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품에 등장하는 천상의 ‘옥허궁(玉虛宮)’은 백악관과 미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을 연상시킨다. 주인공 너자가 옥허궁에 들어가며 세 차례 “너무 하얗다”며 흰색을 강조한다. 또 옥허궁의 건물 외형은 8각형으로 오각형인 펜타곤을 떠올리게 만든다.
미국의 영주권인 ‘그린카드’도 등장한다. 옥허궁의 주인 무량선옹(無量仙翁)은 너자가 시험에 통과하자 흰머리수리(미국의 국조)가 그려진 녹색 카드를 자격증으로 준다. 그린카드를 상징한 장면이다. 또 무량선옹이 너자 일행을 가두는 마법의 무기 ‘천원정(天元鼎)’에는 달러 기호가 새겨져 있다. 이와 관련, 대만 연합보는 “결론부에서 파괴되는 천원정이 곧 달러 패권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처럼 역대급 흥행의 배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복귀 이후 중국에 불고 있는 반미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