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팩트: 이것이 팩트다
2화: 여든 말자 할머니의 꿈
말자 할머니의 61년 투쟁
61년. 가해자라는 누명을 쓴 억울한 피해자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한 데 걸린 시간이다. 1964년 5월 6일 경남 김해군(지금의 김해시), 당시 18세였던 최말자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씨(당시 21살)에게 저항하다 그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다.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행위였지만, 옥고를 치르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평생을 ‘죄 없는 죄인’으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자신을 비운의 인물로 가둬 두지 않았다. 승산이 없는 도전, 아픈 상처에 더 큰 생채기만 낸다는 주위의 우려와 싸웠고 죄인의 꼬리표를 스스로 떼어버렸다.
촤말자 할머니(79)의 굴곡진 삶은 깊은 울림을 주는 기록이자 역사다. 지난달 26일 부산 사상구에 있는 자택에서 만나 그의 굴곡진 61년의 지난 세월과 요즘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다림과의 싸움.
최말자 할머니는 여러 해를 한숨으로 지새웠다. 반세기 넘게 가슴 속에 품었던 아픈 과거를 들춰내고 부당함을 바로잡으려 했지만 좌절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2020년 5월 말자 할머니는 재심 청구를 했다. 이듬해 2·9월 부산지방법원·부산고등법원은 연이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시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말자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1년 9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혹여 재심결정문이 송달됐는지 우편함을 확인하고 한숨을 쉬는 날들이 반복됐다.
몸과 마음이 지친 말자 할머니가 당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어둠의 터널을 걷던 중 한 줄기 빛이 비쳤다. 재심이 받아들여졌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라는 족쇄를 풀 희망을 봤다.
할머니를 일으켜 세운 힘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처절했던 그 투쟁의 시간을 옮겨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