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첫 주주충실의무 소송···이성원 트러스톤 대표 "태광, 1.9조 현금 놔두고 자사주로 주주 피해 입혀"

2025-08-11

트러스톤, 태광산업 자사주 EB발행 중지 소송

상법 개정 후 '주주충실의무' 첫 적용 시험대

이성원 대표 "기관투자자 행동주의 활성화 계기"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우리나라도 제도 변화와 판례가 쌓이고, 기관의 행동주의가 붙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다. 운동장은 이제 평평해졌다. 이제 선수들이 뛰어야 한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부문 대표는 지난 7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태광산업 자사주 교환사채(EB) 발행 문제와 이번 가처분 소송의 법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태광산업의 자사주 약 25%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EB) 발행 결정을 두고 회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사주 전량을 EB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전례가 없으며, 이는 태광산업과 주주 모두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EB 발행의 문제점으로 "보통 사채를 발행하면 3% 미만 금리로 조달이 가능하지만 EB는 약 12%의 조달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며 "자사주를 PBR 0.25배 수준의 낮은 가격에 처분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태광 측이 EB 발행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1조9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회사가 밝힌 투자계획은 2027년까지의 장기 계획이고 2025년에는 자금 부족 상황이 아니다"라며 "700억원 규모 리츠 방식 부동산 투자 계획이 포함돼 있어 자사주를 헐값에 매각한다는 논리와도 맞지 않는다. 성수동 부지 매각, 일반 회사채 발행, 보유 주식 매각 등 다른 조달 수단이 있음에도 EB 발행을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상법 개정 후 '주주충실의무' 적용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법적 의미에 대해선 "과거 대법원 판례는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이를 문제 삼기 어렵다고 보았지만, 개정 상법은 주주 이익 침해 여부도 판단하도록 했다"며 "이번 사건이 그 첫 사례가 될 수 있고, 판례가 쌓여야 제도가 실효성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국내 자본시장은 경영진이 적당한 이유를 대면 대부분 용납되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사건은 위법·탈법 행위에 대해 기관투자자가 견제할 수 있다는 첫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법적 무기가 없어서 기관이 소극적이었지만 개정법과 판례가 쌓이면 행동주의 활성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아베노믹스 당시 장기 주가상승의 핵심 모멘텀은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우리나라도 제도 변화에 판례가 쌓이고, 기관의 행동주의가 붙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다. 운동장은 이제 평평해졌다. 이제 선수들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이번 가처분 소송에 이르게 된 결정적 배경은 무엇인가

▲태광산업 경영진이 상법 개정과 자사주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 고려 없이 자사주의 약 25%를 기초로 한 EB 발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사주 전량을 EB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전례가 없으며, 이는 태광산업과 주주 모두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태광산업의 EB 발행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 회사에 불필요한 손해가 발생한다. EB는 일반 사채보다 조달비용이 높아, 태광산업이 보통 사채를 발행했다면 3% 미만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EB 발행으로 약 12%의 조달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또한 자사주를 낮은 교환가격(PBR 0.25배)으로 처분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심각해져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한다. 이는 직접적인 주주의 손해다.

-이사회 결의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6월 27일 이사회에서는 인수인도 및 발행조건을 정하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정면으로 위반했고, 이에 대해 당사가 지적하자 금감원으로부터 정정명령을 받았다. 이후 태광산업은 7월 1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이를 보완하려 했으나, 애경산업 인수를 위해 3000억원을 조달한다는 안건은 있었지만 애경산업 인수 자체에 대한 이사회 논의가 전무했다. 자금 조달보다 인수 참여 여부를 먼저 논의하는 것이 순서임에도 절차가 뒤바뀌었다. 또한 이사회가 EB 발행의 필요성,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보유 상황, 자금 사용 계획의 타당성, 조달비용 등에 대해 충실히 심의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태광 측이 EB 발행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입장은

▲태광산업은 1조9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용처가 정해져 있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사가 밝힌 투자계획은 2027년까지의 장기 계획이며 2025년에는 자금 부족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EB 발행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계획 중에는 700억원 규모의 리츠 방식 부동산 투자 계획이 포함돼 있어, 자사주를 헐값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논리와 상충한다. 과거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계획(4000억원)처럼, 이번 조달 역시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성수동 보유 부지(가치 약 1조원) 매각, 일반 회사채 발행, LG유플러스 보유주식(약 1800억원) 활용 등 다른 조달수단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사주 대상 EB 발행을 선택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소송이 상법 개정 이후 첫 사례로서 갖는 법적 의미는 무엇인가

▲경영진과 이사회가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결정을 내릴 때, 회사와 주주에 대한 충실성을 위해 얼마나 심도 있는 검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신주 발행이나 자사주 처분 등 자본 거래에서 주주의 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과거 대법원 판례는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이를 문제 삼기 어렵다고 보았지만, 개정 상법은 주주 이익 침해 여부도 판단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이 그 첫 사례가 될 수 있고, 판례가 쌓여야 제도가 실효성을 갖게 된다.

-자본시장이나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에 남길 선례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동안 국내 자본시장은 경영진이 적당한 이유를 대면 대부분 용납되는 분위기였다. 이번 사건은 위법·탈법 행위에 대해 기관투자자가 견제할 수 있다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특히 기관투자자가 경영진의 위법·탈법 행위를 견제할 수 있다는 첫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 현재는 그 힘이 아직 미약하고,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더 많다. 법적 무기가 없어서 기관이 소극적이었지만, 개정법과 판례가 쌓이면 행동주의 활성화의 기반이 될 거다. 일본이 아베노믹스 하면서 한 게 사실은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그게 주가를 장기적으로 끌어올린 핵심 모멘텀이다. 우리나라도 제도 변화에 판례가 쌓이고, 기관의 행동주의가 붙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다. 운동장은 이제 평평해졌다. 이제 선수들이 뛰어야 한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제도적 보완이나 입법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주주충실의무가 도입됐으나, 이를 위반한 이사나 회사의 행위를 어떻게 제지할지에 대한 법적 정리가 부족하다.

예컨대 상법 402조는 '회사의 손해'에 대해서만 이사의 위법행위를 중단시킬 권리를 규정해 '주주의 손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 이런 부분을 입법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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